김지영,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에

  • 입력 2007년 3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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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여름, 발레리나 김지영(29·사진)은 고국을 떠나 네덜란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더 나은 춤을 추기 위해서”였다.

국립발레단 최연소(18세) 단원으로 입단해 그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강수진과 더블 캐스팅 주역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뒤 2001년까지 수석무용수로 내내 주역만 맡았던 그였지만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는 6등급 중 3등급에 해당하는 ‘그랑 쉬제’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5년. 마침내 그는 가장 높은 퍼스트 솔리스트로 7일(현지 시간) 승급했다.

90명에 가까운 네덜란드발레단원 중 퍼스트 솔리스트는 남녀 무용수를 통틀어 그를 포함해 11명뿐이다.

“물론 기쁘죠. 사실은 지난 시즌부터는 계속 주역을 맡았기 때문에 퍼스트 솔리스트가 되겠다는 예상은 살짝 했었어요(웃음). 주역 승급이 발표된 뒤 동료 단원들이 다들 ‘넌 충분히 자격이 있다’면서 저보다 더 기뻐해 주는 게 오히려 더 행복하고 감사했죠.”

오전 7시를 조금 넘긴 시간, 전화 때문에 잠을 깨 목소리는 다소 잠겨 있었지만 그는 명랑했다. 승급 발표와 함께 그에겐 또 하나의 ‘경사’가 겹쳤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후원회원들과 팬들이 매년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한 명의 무용수에게 주는 ‘알렉산드라 라디위스’상의 수상자로 결정된 것. 그는 “상금(3000유로)도 있어 정말 신난다”며 웃었다.

승급 및 수상 발표를 듣자마자 그가 제일 먼저 생각난 사람은 엄마다. 1996년 러시아에서 딸의 바가노바 발레학교 졸업공연을 객석에서 지켜보다 갑자기 쓰러져 영영 그를 떠난 엄마. 그는 가만히 말했다. “엄마가 제일 기뻐했을 텐데….”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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