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다~ 갖췄는데 왜 애인이 없지?… ‘마미야 형제’

  • 입력 2007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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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야 형제/에쿠니 가오리 지음·신유희 옮김/288쪽·9500원·소담출판사

슈퍼마켓 할인 시간을 기다렸다가 장을 보고, 홀로 되신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하고, 다른 사람의 고민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남자. 이렇게 알뜰하고 다사로운 남자가 인기가 없다. 당연하다. 착하기만 해선 ‘친정오빠 같다’는 소릴 듣기 십상이다.

마미야 형제도 그렇다. 만나본 여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볼품없고 너저분한, 도대체 그 나이에 형제 둘이서만 사는 것도 이상한, 좋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연애관계로는 발전할 수 없는” 남자들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 ‘도쿄 타워’로 국내에서도 스타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가 새 장편 ‘마미야 형제’를 냈다. 사랑과 연애의 다양한 모습을 애잔하면서도 담담한 문체로 그려온 그가 이번엔 서른이 훌쩍 넘도록 연애 한번 못 해본 남자들 얘기를 썼다.

양조회사에 다니는 서른다섯 마미야 아키노부와 교직원으로 근무하는 서른두 살 마미야 테쓰노부.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고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모자랄 것 없어 보이는 형제들이다. 그렇지만 크게 부족한 것 하나가 있으니, ‘여친’이 없다는 것. 둘 다 여자들에겐 ‘사람은 좋지만 연애상대론 영 아닌’ 남자들로 찍혀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미야 형제에게 연애란 판타지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관되게 짝사랑만 해 오다 보니 ‘혼자서만 마음으로 좋아하기’는 이력이 났다. 펜팔을 하다가 2년 만에 만났는데,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이후 그녀에게 편지도 오지 않았다). 형제에게 실연이란 혼자서 쌓아올린 호의가 가차 없이 거절당하는 것을 뜻한다. 실연을 당하면 형은 술을 퍼마시고 동생은 신칸센이 지나가는 걸 하염없이 바라본다.

에쿠니 가오리의 독자들은 이 작품을 낯설어할 수도 있겠다. 연애엔 젬병인 남자 주인공들의 사연은 일본 소설에서 기대하는 ‘쿨한’ 감성과는 멀찍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청승맞아 보이는 사내들, 은근히 귀엽다. 독서와 글쓰기의 비밀스러운 즐거움을 터득하고, 직소퍼즐이 얼마나 재미있는 놀이인지, 저녁 외식을 겸한 산책이 얼마나 근사한지를 사내들은 알고 있다. 마미야 형제들이 보여 주는 일상의 소중함을 따라 읽다 보면 ‘오늘 저녁엔 아담하고 맛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거리를 걸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들 정도다. 소설을 읽다가 ‘또 실연해서’ 울적해하는 마미야 형제들의 얼굴을 상상하면, ‘그렇게 재미있게 사는데 뭐 어때’라고 등을 두드려 주고 싶다. 처량해 보이는 남자들 얘기를 이렇게 따뜻하면서도 담백하게 만들어 내는 능력, 에쿠니 가오리답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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