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도비 빨간 락카로 훼손…누군가 “철거” 쓰고 달아나

  • 입력 2007년 2월 7일 19시 19분


훼손된 서울 송파구 석촌동 삼전도비. 앞 뒤에 '철거'라고 크게 그려져 있으며, 370과 병자라는 글자가 작게 그려져 있다. 강병기 기자
훼손된 서울 송파구 석촌동 삼전도비. 앞 뒤에 '철거'라고 크게 그려져 있으며, 370과 병자라는 글자가 작게 그려져 있다. 강병기 기자
병자호란에서의 패전과 청나라에 대한 항복의 치욕이 서린 삼전도비(三田渡碑·사적 101호)가 훼손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석촌동 삼전도비에 누군가 빨간 락카를 이용해 "철거"라고 써놓은 채 달아났다. 삼전도비의 앞뒷면에 각각 세로 1.7m 가로 1.4m 가량의 "철"과 "거"를 나눠 쓴 것.

경찰은 송파구 관계자가 2일 오후 삼전도비를 확인했을 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가 5일 오전 훼손 사실을 확인한 점으로 미뤄 2일 밤에서 5일 새벽 사이에 범행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그동안 삼전도비가 지역 재개발을 가로막고 있다며 철거 이전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위원장인 한영우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는 "삼전도비가 처음 세워졌던 곳을 정확히 고증하지 않는 한 이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전도비는 병자호란에 패배한 인조가 청 태조와 강화협정을 맺은 뒤 청 태조의 요구에 따라 그의 공덕을 적은 비석이다. 조선 인조 17년(1639)에 세워졌다.

문화재청 측은 8일 현장을 확인한 뒤 구체적인 복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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