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가요계가 쪼개졌다…앨범형 가수 VS 싱글형 가수

  • 입력 2007년 2월 7일 02시 55분


《음악 좀 듣는다는 A 씨와 B 씨, 가요계 최고 히트곡을 놓고 설전을 벌인다.

A: 1월 최고 히트곡은 단연 이루의 ‘흰 눈’이죠. 디지털 음악 시장을 휩쓸었으니까요.

B: 무슨 소리! 그룹 에픽하이가 4집으로 음반 판매 순위 1위거든!

다 맞는 소리다. A 씨 주장의 근거는 바로 디지털 음악 시장이다. ‘흰 눈’은 온라인 음악사이트 벅스뮤직의 1월 스트리밍(실시간 음악감상) 차트와 MP3 내려받기 차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싸이월드 미니홈피 배경음악 1월 판매 순위에서도 1위에 오르는 등 한 달 내내 디지털 음악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다. 반면 B 씨는 음반 판매량을 얘기한다. 지난달 23일 발매된 에픽하이의 4집은 발매 2주 만에 4만5000장이나 팔려 음반차트(한터정보)에서 1월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 선정됐다. 가요계가 이른바 ‘싱글형 가수’와 ‘앨범형 가수’로 나뉘고 있다.》

온라인 시장 활성화로 디지털 싱글 급부상… “가수들 선택 폭 넓어져 가요계 다양화”

○충성도↓ 유행↑… 싱글형 가수

지난해 2집을 발표한 이루는 ‘까만 안경’과 ‘흰 눈’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디지털 음악차트의 강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디지털 시장에서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의 2집 앨범은 2만 장 남짓 팔렸다.

지난해 말 2집을 발표한 밴드 ‘더 넛츠’도 마찬가지. 타이틀곡 ‘잔소리’는 1월 벅스뮤직에서 39만 건의 스트리밍 건수를 기록하며 이 부문 차트 5위에 올랐지만 앨범은 현재까지 1만 장도 팔리지 않았다.

앨범에 비해 MP3와 스트리밍, 미니홈피 배경음악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싱글형 가수’들의 특징은 발라드 가수라는 점. 벅스뮤직 음악기획팀 이점숙 팀장은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디지털 음악 시장 주 고객층”이라며 “이들은 유행에 빠른 편이지만 주머니가 가볍고 가수에 대한 충성도는 높지 않다”고 말했다. 대표적 ‘싱글형 가수’는 이승기. 지난해 그의 2집 판매량은 3만3000장에 그쳤지만 타이틀곡 ‘하기 힘든 말’은 3만4000건 이상의 내려받기 건수를 기록했다.

또 사운드트랙이나 이벤트성 노래를 부른 가수들도 해당된다.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 삽입된 스윗소로우의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이나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 삽입된 김아중의 ‘마리아’가 대표적이다.

○충성도↑ 유행↓… 앨범형 가수

반면 ‘앨범형 가수’는 높은 앨범 판매량을 자랑한다. 지난해 34만 장을 팔아 전체 판매량 1위에 오른 ‘동방신기’, 3위를 차지한 ‘신화’(21만 장)를 비롯해 지난해 싱글 세 장과 앨범 한 장으로 10만 장 이상의 판매를 올린 신인 그룹 ‘빅뱅’ 등 아이돌 그룹과 이승철, 신승훈, 이승환 등 오랜 기간 팬들로부터 앨범의 신뢰도를 검증받아 온 가수들이 이 부류에 해당된다.

이들은 한 가수의 앨범을 다량 구입하는 팬들이 있을 정도로 ‘충성도’가 높지만 이 때문에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는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한다. 음악평론가 성우진 씨는 “이들의 팬들은 직접 앨범을 구입하기 때문에 굳이 디지털 파일로 음악을 청취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디지털 싱글 시장↑ 앨범 시장↓

‘싱글형 가수’와 ‘앨범형 가수’란 개념은 싱글 음반 시장이 활성화된 일본 음악 시장에서 비롯됐다. 일본의 경우 싱글 판매가 높은 아이돌 그룹이나 신인 가수들이 싱글형 가수로 분류됐고 대곡 위주로 곡을 싣는 아티스트형 가수들이 앨범형 가수로 불렸다.

싱글 음반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은 한국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방송 가요순위 1위=앨범 판매량’ 공식이 성립됐었다. 그러나 2003년 이후 디지털 음원 시장이 오프라인 음반 시장을 압도한 상황에서 가요계는 갈수록 음반보다 디지털 음원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돼 버렸다. 실제 가수 KCM은 “지난해 3집을 끝으로 당분간 음반이 아닌 디지털 싱글로 신곡을 발표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그만큼 노래 한 곡의 힘이 커진 것이다.

물론 sg워너비처럼 두 형태를 동시에 만족하는 가수도 있다. 지난해 이들이 발표한 3집은 31만 장을 팔아 ‘동방신기’에 이어 음반 판매량 2위에 올랐고 타이틀곡 ‘내 사람’은 80만 건의 스트리밍 건수(2위)를 기록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가수와 제작자들이 디지털 음악 시장 환경에 맞추다 보니 ‘인기곡’과 ‘인기가수’에 대한 이중 잣대가 생겨난 것”이라며 “앨범형 가수도 앨범 분위기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디지털 싱글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등 그만큼 가요계가 다양화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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