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사답다. ‘천안문’과 ‘음모자들’의 아야메이, ‘바둑 두는 여자’의 아가, ‘여황 측천무후’의 조까지 그는 혼돈의 역사 속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비극을 그려 왔다.
샨사의 새로운 선택은 ‘알렉산더의 연인’이다. 연인의 이름은 알레스트리아. 시베리아 아마존 부족의 여왕이다. 알레스트리아는 알렉산더가 원정 중 만나 결혼했다는 록산을 모델로 삼았다. 그러나 모티프만 따왔을 뿐 캐릭터는 새롭게 만들어 냈다.
전작 ‘바둑 두는 여자’나 ‘음모자들’처럼 ‘알렉산더의 연인’에서도 남녀가 저마다의 목소리로 러브 스토리를 들려준다. 폭군인 부친 필리포스로 인해 늘 마음이 황량했던 알렉산더. 부친의 동성애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과 증오로 고통스러워하는 그가 결국 부친을 살해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인다(사료에는 필리포스의 아내 올림피아스가 살해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럼에도 잠들지 않는 허무감을 이겨내기 위해 알렉산더 대왕은 동방 원정을 떠난다.
알레스트리아는 금남의 부족 아마존의 우두머리 전사.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이던 남자가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는 이전까지의 삶을 망설임 없이 포기한다. 그는 기꺼이 제국의 왕비가 되어 알렉산더를 내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성성을 뛰어넘고자 했던 과거 샨사 소설 속 여인들과 달리 사랑을 위해 지극히 여성적인 자리에 선다는 설정은 낯설다. 그러나 ‘사랑은 모든 것으로부터의 승리’라는 샨사의 믿음은 더욱 강렬해졌다. 원제 ‘Alexandre et Alestria’(2006년).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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