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에 어울리는 만화 9선-운세-네모로직 정답

  • 입력 2007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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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찐 고구마에 동치미 국물을 먹으면 부러울 게 없다. 기나긴 겨울밤을 함께할 만화책이 있으면 금상첨화. 기왕이면 겨울 만화를 읽어 보자. 과일도 제철 과일이 맛있는 법. 겨울 만화가 겨울밤의 풍미를 더해줄 것이다. 재단법인 부천만화정보센터와 만화평론가 김혜신 백수진 유혜영 씨의 도움을 받아 ‘겨울에 어울리는 만화 9선’을 뽑았다. 짧지만 울림이 강한 단편에서 추리, 공포물까지 만화 속 겨울에 빠져 보자.》

①그녀들의 크리스마스(한혜연·서울문화사)

한혜연 작가가 ‘크리스마스 작가’라는 닉네임을 얻은 이유가 엿보이는 단편 작품집. 독특한 심리묘사에 강점을 보이는 작가가 크리스마스에 얽힌 사연을 감성적으로 묘사한 작품 5편을 모았다. 스토리나 그림이 얼핏 무미건조해 보이지만 읽고 난 뒤 밀려오는 파장이 상당하다. 겨울철 가장 큰 행사인 크리스마스를 통해 본 여성의 깊숙한 내면이 섬세하게 표현됐다. 현재 절판 상태지만 만화전문서점이나 인터넷 웹진에서 찾을 수 있다.

②월관의 살인(사사키 노리코, 아야쓰지 유키토·삼양출판사)

‘헤븐’ 등으로 국내에도 팬이 많은 작가 사사키 노리코와 일본에서 10대 미스터리 소설가로 꼽힌다는 아야쓰지 유키토의 합작품. 낭만이 가득한 겨울 기차여행을 배경으로 했다. 어머니가 죽은 뒤 처음으로 외할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된 여주인공이 기차여행에서 겪는 살인사건이 이야기의 발단. 범인을 찾는 추리소설식 미스터리물로 사사키 노리코 특유의 능청스러운 유머가 감칠맛을 더한다.

③고백(가와구치 가이지, 후쿠모토 노부유키·삼양출판사)

대학교 산악동아리 동창인 두 남자가 겨울 산악등반에 나선다. 눈보라 속에 고립돼 죽음이 닥쳐 오자 한 친구가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죽을 운명이라 믿고 용서한 친구. 그러나 산장을 찾아 살길이 생기자 둘 다 마음이 달라진다. ‘도박묵시룩 카이지’로 인간 내면의 추함과 처절함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던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성향이 여전히 살아 있다. 2권짜리 단편이라 울림도 더욱 크다. ‘침묵의 함대’로 유명한 가와구치 가이지와의 조합은 드림팀이라는 평. 두 작가의 ‘생존’도 수작이다.

④동물의사 닥터 스쿠르(사사키 노리코·대원씨아이)

앞서 소개한 사사키 노리코의 또 다른 작품. 일본에서 겨울이 가장 길고 눈이 많은 홋카이도 지방이 배경이다. 작가 자신이 홋카이도 출신이라 생생한 계절 배경과 자연스러운 겨울 생활 묘사가 돋보인다. ‘스쿠르(괴짜)’로 불리는 주인공이 예언을 듣고 수의과 학생이 되며 겪는 이야기가 기본 줄거리. 눈 오는 날 집 밖에 고립되거나 추운 날 창고에 갇히는 에피소드가 재미나게 펼쳐진다. 이 작품 역시 작가 특유의 유머가 백미.

⑤케이(K) (다니구치 지로·시공사)

절판됐지만 인터넷 중고시장 등에서 구할 수 있다. ‘열네 살’ ‘아버지’ 등을 그린 일본 만화계의 거장 다니구치 지로의 단편집. K는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히말라야 봉우리를 뜻한다.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산악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꼼꼼한 취재를 통해 리얼하게 소개된다. 험난한 산악 등반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강한 집념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진정한 겨울을 느낄 수 있는 작품.

⑥어색해도 괜찮아(권교정·학산문화사)

억지스러운 갈등이나 연애 없이도 훌륭한 전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작품. 순정만화가 아버지를 둔 여주인공이 고등학교에 입학해 날라리로 불리는 남자 주인공과 만나 벌어지는 스토리를 담았다. 독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가 매력이다. 전체 이야기는 봄에 시작해 겨울에 끝을 맺는 설정. 스포일러란 원망을 감수하고 결말을 공개하면 12월 31일이 마지막 배경. 좋아하는 남성의 따뜻한 손 안에서 발갛게 물든 여주인공의 두 뺨이 인상적이다. 겨울철 따스함이 뭉클하게 전해져 온다.

⑦지옥도(히노 히데시·시공사)

‘히노 히데시 걸작 호러 단편 시리즈’ 가운데 3권. 공포물은 여름에나 어울린다는 상식을 여지없이 깬다. 지옥도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화가의 독백으로 시작해 잔혹한 공포의 겨울 풍경이 섬뜩하게 그려진다. 작품에서 여러 차례 반복되는 겨울과 죽음, 피의 대비는 틈새로나마 지옥을 보여 주는 상징적 이미지. 불과 유향이 떠오르는 서양의 지옥과 달리 기묘하게 탐미적인 분위기는 모골을 송연하게 만든다. 공포물 마니아라면 반드시 읽어 봐야 할 작품.

⑧철도원(다쿠미 나가야스·삼양출판사)

영화로도 유명한 아사다 지로 원작의 ‘철도원’ 만화판. 같이 실린 단편 ‘러브레터’는 한국 영화 ‘파이란’의 원작으로 알려졌다. 평생 시골의 조그만 역에서 직무에 충실했던 역무원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철도원’. 그리고 중국인 여성과 위장 결혼을 했던 건달이 여성의 죽음을 계기로 삶에 대해 되짚어보는 ‘러브레터’. 눈 덮인 자연을 배경으로 그려내는 추억과 슬픔이 마음을 저민다.

⑨ 겨울 이야기(하라 히데노리·대원씨아이)

제목만 보면 겨울이 떠오르지만 오히려 이야기는 봄에 시작된다. 작품에서 겨울이란 대학입시에 떨어져 쓸쓸하고 착잡한 재수생의 심리를 표현한 것. ‘내 집으로 와요’ ‘언제나 꿈을’ 등 일상에서 묻어나는 감정의 선을 촘촘하게 엮어내는 하라 히데노리의 내공이 잘 드러난 수작이다. 재수생 경험이 없더라도 낙오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스무 살 시절을 담담하게 풀어 낸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가족과 함께 푸는 네모로직]2월 3일자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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