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音 현란한 色뒤 ‘1% 아쉬움’… ‘로미오 앤 줄리엣’

  • 입력 200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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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과 의상의 색채감이 돋보인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사진 제공 POA
조명과 의상의 색채감이 돋보인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사진 제공 POA
로미오와 줄리엣은 감미로운 이중창으로 노래한다. ‘사랑이란 시간을 훔치는 것’이라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 공연 중인 ‘로미오 앤 줄리엣’ 역시 프랑스 뮤지컬에 대한 한국 관객의 열렬한 사랑에 힘입어 이미 2만6000명이 넘는 관객의 시간(과 돈!)을 훔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노트르담 드 파리’ ‘돈 주앙’ 등 앞서 성공을 거둔 프랑스 뮤지컬 덕분인 셈. 하지만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정작 관객들이 공연을 보며 ‘노트르담 드 파리’를 얼마나 빨리 잊어 주느냐에 달린 듯하다. 1막 첫 곡인 ‘베르나’는 웅장한 음악과 시적인 노랫말로 관객의 마음을 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세상의 왕들’ ‘사랑한다는 건’ 등 귀에 와서 감기는 대표곡들이 1막 초반에 몰려 있는 바람에 2막에서 음악이 주는 감동은 적었다. 다소 늘어진 1막에 비해 2막은 쫓기는 듯한 극의 호흡도 아쉬웠다.

2001년 프랑스 초연 때의 오리지널 캐스트인 로미오 역의 다미앙 사르그는 노련한 연기를 보여 줬지만 줄리엣을 맡은 에스텔의 가창력은 청순한 외모에 비해 호소력이 떨어졌다. ‘죽음’을 형상화한 여성 무용수도 공연 내내 겉돌기만 할 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

물론 이 작품은 프랑스 뮤지컬을 접해 보지 못한 관객에겐 여전히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다. 스펙터클한 무대 세트와 볼거리에 승부를 거는 브로드웨이 대작들과 달리 배우들이 직접 손으로 움직이는 단순한 무대 세트, 대사는 거의 없이 노래로만 이어지는 형식, 현대무용부터 힙합, 브레이크댄스, 애크러배틱까지 소화해 내는 무용수들의 춤 솜씨….

화려한 조명과 현대적 감각의 의상에서 보여 주는 색채감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특히 로미오의 몬터규 집안은 파랑을, 줄리엣의 캐풀렛 집안은 빨강을 주된 색채로 삼아 푸른 조명과 붉은 조명을 대비시켜 빚어낸 무대는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또한 흰색으로 통일된 가면무도회의 군무 장면도 볼거리다. 2월 27일까지. 02-3141-8425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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