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작업 하면서 나이도 먹고 철도 들고…. 4년간 활동을 하면서 성숙해졌지만 동시에 변하기도 했죠. 사람들은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는데 사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원치 않아요. 우리는 과거가 아닌 이상을 향해 달려가고 싶으니까….”(타블로)
“‘리매핑 더 휴먼’은 저희 데뷔 앨범 ‘맵 오브 더 휴먼 솔’을 보고 만들었어요. 그간 얼마나 많은 걸 배웠는지 지도에 다시 펼치고 싶었죠.”(DJ투컷)
검은색의 의미는 바로 부담이었다. 2005년 3집 타이틀 곡 ‘플라이’가 각종 가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그토록 원하던 스타가 됐지만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진 팬들의 기대치, “래퍼가 왜 TV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느냐”는 식의 정체성 추궁 등 성장통이 뒤따랐다. 아무렇지 않은 듯 “그냥 음악만 하자”를 외치지만 이들의 속마음은 ‘제대로 걸어온 걸까’라며 뒤돌아볼 뿐이다.
“하지만 비관적이진 않았어요. 새 앨범을 들고 나오는 우리를 위해 많은 분이 기다린다는 걸 생각해 보니 기적 같기도 하고…. 그간의 치열한 고민들이 헛되지 않길 바랄 뿐이에요.”(미쓰라 진)
이들의 고민은 전보다 묵직해진 앨범에 녹아들었다. 27곡을 두 장의 CD에 담은 4집은 어둡고 강렬하다. 타이틀 곡 ‘팬(Fan)’에 대해 묻자 이들은 “하나님을 보지 못한 채 믿어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듯, 소유하고 싶지만 인간이 가지지 못하는 것을 노래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앨범 성격과 가장 어울리는 ‘혼’은 에미넘의 ‘루즈 유어셀프’를 연상케 하듯 강렬하고 거칠다. 그나마 가장 발랄하다는 ‘러브 러브 러브’ 역시 가사에 어둠이 드리워져 있다. “소속사 대표께 들려 드렸더니 ‘멜로디는 흥겨운데 가사가 왜 이리 슬프냐’며 우셨대요”라고 이들은 전한다. 과거 발랄한 ‘악동 3인방’에서 ‘진지 3인방’이 된 듯하다.
“4집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재미’인 것 같아요. 우리에겐 아직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 음악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 재미있는 것을 자꾸만 잊으려 해요. 대단한 판매량보다 우린 그저 많은 사람이 이 앨범을 통해 잃었던 ‘재미’를 찾았으면 해요. 음악이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하하.”(타블로)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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