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닉’과 ‘타이밍’… 서로 부러워해요

  • 입력 2007년 1월 9일 20시 29분


코멘트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는 신년음악회가 열렸다. 올해 21세가 된 피아니스트 손열음 씨가 독일 유학 후 갖는 국내 첫 무대. 몰라보게 성숙한 그녀는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나와 화려한 쇼팽의 왈츠로 새 봄을 미리 열어젖혔다.

객석에 앉아 있던 두 살 연하의 피아니스트 김선욱(19) 군은 "열음이 누나의 테크닉은 언제봐도 화려하다"고 말했다. 보송보송한 털 껍질 속에서 언제든 톡하고 터져 나올 것만 같은 두 피아니스트를 광화문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 콩쿠르를 넘어 세계무대로

"저 올 한해 정말 바쁘게 달릴 거예요. 황금돼지의 해라고 하잖아요. 콩쿠르 다음해가 제일 중요한 해예요. 연주회마다 다른 곡에 도전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거예요. 자기 성찰도 많이 하고, 훨씬 음악도 많이 듣고…. 특히 런던 데뷔무대에는 목숨 걸 겁니다."(김)

지난해 영국 리즈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던 김 군은 올해 11월 런던필하모닉과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로 런던무대에 데뷔한다. 9월에는 웨일스 BBC내셔널오케스트라, 5월에는 라디오프랑스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스위스, 독일, 홍콩 등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또한 3월 호암아트홀 독주회, 8월 서울시향 브람스 스페셜 등 국내 연주회를 포함하면 열흘에 한 번꼴로 연주회를 갖는 강행군을 펼친다.

손 씨는 1월에 독일 하노버에서 독주회를 하고, 2005년 루빈스타인 콩쿠르에서 3위를 한 인연으로 5월과 11월 이스라엘 필하모니와 협연한다. 8월에는 폴란드에서 열리는 쇼팽페스티벌에서 김 군과 함께 초청 독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스라엘에 가보니까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벵게로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같은 유태인 출신 연주가들이 고국에서 한 푼의 개런티를 받지 않고 쉴 새 없이 음악회를 열더군요. 세계무대에서 명성을 얻은 뒤에도 자기를 키워준 고국에 감사하고 후배들의 음악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손)

○ 오누이 같은 피아니스트

두 사람에게 서로 묻고 싶은 말이 없느냐고 묻자 손 씨는 "선욱이에 대해선 선욱이보다 제가 더 잘 알고, 선욱이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며 손사래를 친다.

2000년 이화경향콩쿠르에서 초등부, 중등부 우승자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똑같이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로 입학해 김대진 교수에게 배우고, 금호음악인상을 수상했다. 자연스레 서로 의지하며 오누이같이 지낸다. 모두 어머니가 교사인 두 사람이 지방에서 공연을 할 땐 두 어머니가 만나 함께 기차를 타고 음악회장을 찾는다.

"저는 열음이 누나의 연주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요. 이거 어떻게 치는 거냐고 물어보면 한 번 쳐주는데 아무도 못 따라해요."(김)

"선욱이가 제 테크닉이 부럽다고 하지만 전 선욱이의 자연스러운 타이밍이 정말 탐나요. 선욱이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 앞에 앉으면 그냥 음악이 흘러나왔어요. 뭔가 부자연스러울 땐 선욱이에게 쳐달라고 해 제가 따라하기도 한답니다."(손)

손 씨는 올해 30회 이상의 연주회를 가질 김 군에게 선배로서 충고 한마디를 던졌다.

"이제 '무대병'을 경계해야 해. 연주회가 거듭되면 곡에 집중해 탐구하는 시간이 부족해지고, 점차 내 소리도 안듣게 되지. 피아니스트는 무엇보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을 게을리 하면 안돼."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