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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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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물었다. 누가 집단 따돌림(왕따)을 당하니?
“잘난 척하는 애, 예쁜 척하는 애, 너무 공부만 하는 애, 너무 부자인 애, 뚱뚱한 애, 코 후비는 애….” 아이의 지적은 끝이 없다.
이런 점에서 초등 5학년생으로 막 바닷가의 한 학교에 전학 온 주인공 임미나는 왕따의 모든 조건을 구비했다고 할 만하다. 서울에서 왔다고 잘난 척하는지 첫날부터 MP3플레이어를 귀에 꽂은 채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에 코를 박고 읽고 있다.
‘짱가’라는 별명을 가진 같은 반 ‘짱’ 장가연이 이런 미나를 가만둘 리 없다. 짱가는 자신의 일당을 거느리고 미나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짱가는 미나의 체육복 엉덩이 부분에 구멍 내 창피를 주는가 하면 미나의 분홍 구두를 잘라 물통에 처박아 놓는다.
짱가가 미나에게 석 달간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욕을 안 하면 더는 괴롭히지 않겠다고 제안한 뒤 괴롭힘의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빨간색 브래지어가 미나 것이라며 남자 아이들 앞에 꺼내 놓는가 하면 미나의 도시락을 쏟아버리고 미술 숙제를 감춰 벌을 받게 한다.
아이가 지적한 대로 왕따의 대상이 될 만한 아이가 많아도 공격은 한 아이에게 집중된다. 그 전에도 왕따가 있었지만 미나가 왕따가 됨으로써 그 아이는 공격 대상에서 제외된다.
왕따가 되거나 왕따를 시키지 않으면 모든 것이 괜찮은 것일까.
‘나는 짱가나 짱가 일당보다 우리 반 아이들이 더 미웠다. 다 보면서, 다 알면서 모른 척하는 아이들이 더 무서웠다. 나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작가는 누구도 왕따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한다.
사면초가의 미나를 구한 것은 우연히 만난 할머니다. 할머니는 젊어서 상처 때문에 왕따를 자초한 경험이 있다. 미나가 왕따가 된 것은 미나가 자초한 면이 강하다. 상처 때문에 친구 사귀기를 거부했던 것.
‘친구가 없어도 좋다고 생각한 건 진짜로 친구가 없었으면 하고 바랐기 때문이 아니야. 나처럼 전학을 많이 다녀보라고.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헤어지는 게 더 힘들다는 걸 알 테니까 말이야.’
미나는 화가 날 때마다 플라타너스에 못을 박는다.
작위적이고 치밀하지 못한 구성이 눈에 거슬리지만 아이들의 못된 행태가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아이들은 천진하지도 않고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버렸다. 그래서 시인은 슬픈가 보다.
‘플라타너스에 못을 박았을 때 플라타너스는 입을 다물어 못을 물었다. 내가 못을 뽑으려고 했을 때 플라타너스는 못과 한몸이 되어 있었다.’(작가의 말)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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