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 “이혼만 50번 해봤죠”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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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요? 한 50번쯤 했을걸요?”

이혼하는 부부의 갈등 과정과 해결 방향을 소재로 한 KBS 2TV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금 오후 11시 5분)에 주연으로 가장 많이 출연한 연기자 이시은(36). 그는 1999년 방영 초기부터 7년간 이 프로그램에서 두 달에 한두 차례씩 주연을 맡아 50여 번 이혼녀 역할을 했다.

“단막극이지만 자주 출연해 고정 드라마 같아요. 이혼녀 말고도 ‘꽃뱀’ 등 별의별 역할을 다 해 봤죠.”

28일 KBS 본관 로비에서 만난 이시은은 “2003년 방영된 ‘단체관광의 최후’ 편에서 남편 몰래 바람피운 아내가 가장 엽기적인 배역이었다”고 기억했다. ‘묻지마 관광’을 떠난 동네 주부들이 현지 남성들과 바람을 피우고 서로 “무덤 갈 때까지 비밀을 지키자”며 약속하지만, 한 명이 들통이 나 줄줄이 이혼당하는 줄거리였다. 그는 시부모를 버리는 못된 며느리 연기를 할 때에는 시어머니가 행여 오해할까봐 고민도 했다.

“연기를 하다 보면 ‘정말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이런 꼴은 당하지 말아야지’ 싶어요. 실화를 참조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결혼 11년차 주부다. 남편은 이시은의 연기자 생활을 적극 후원하며 모니터도 해 준다. 그는 “남편과 가끔 안방에서 대본 연습을 하는데, 시어머니가 부부 싸움이 난 줄 알고 걱정하신 적이 있다”며 웃었다.

“3년 전쯤 호스트바에서 연하의 남자와 바람이 난 연기를 할 때 어린 배우와의 키스신이 있었어요. 남편이 술 마시고 늦게 들어왔을 때 (내가) 바가지를 긁으면 ‘그때 좋았느냐’며 요즘도 장난 삼아 들먹여요.”

이시은은 심은하 차인표와 함께 1993년 MBC 공채 출신이다. 단박에 스타로 떠오른 동기들이 있었고, 그 역시 드라마 ‘도전’에서 첫 주연을 맡아 기대를 모았다.

“처음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드라마가 실패해 주연도 관심을 얻지 못했어요. 덕분에 결혼을 빨리(1995년) 했고 지금은 주부 연기가 편해요.”

이시은은 신혼 때 사업을 시작한 남편이 가정에 무관심한 게 서운해서 이혼을 고민해 본 적도 있지만, ‘부부클리닉’에 출연하면서 깨달은 바가 많았다고 말했다.

“선정적이라며 출연을 만류하는 이들도 있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볼썽사납고 비참한 최후를 보면서 배우자와의 신뢰나 가정의 소중함을 고민하도록 하는 ‘예방 접종’ 같은 드라마입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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