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사랑 vs 이상적 사랑… 당신의 선택은?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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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할 때…’와 ‘그해 여름’ 비교 리뷰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과 ‘그해 여름’은 결이 매우 다른, 그래서 호불호가 엇갈릴 영화다. ‘사랑할 때…’는 정신지체를 앓는 형 뒤치다꺼리 때문에 결혼도 못한 약사 인구(한석규)와, 아버지가 남긴 5억 원의 상속 채무 때문에 동대문 ‘짝퉁’ 디자이너로 악착같이 살아가는 여자 혜란(김지수)의 사랑이야기다. ‘그해 여름’은 농촌봉사활동을 나온 대학생 석영(이병헌)과 시골 도서관 사서 아가씨 정인(수애)의 사랑이 3선 개헌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타고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닥쳐 결국 평생의 그리움으로 남게 된다는 내용이다.

‘사랑할 때…’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동네 모퉁이의 조그만 약국, 가장 치열한 삶의 현장인 동대문시장, 둘이 처음 만나는 곳은 동네 편의점이고 이별을 얘기할 때조차 약국 밖에선 주차 시비로 고성이 오간다. 소중하면서도 짐스러운 존재인 ‘가족’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고통을 그려내며 멜로 영화로서는 드물게 사랑보다 가족에 무게중심을 둔다. 둘만 좋아한다고 결혼할 수 없는 한국적인 상황에 맞는 멜로다. 후반부에 가족애를 환기시키려고 노력하는 여러 장면과 ‘즐거운 나의 집’이 울려 퍼지는 엔딩은 좀 부담스럽다. 그러나 인생의 쓴맛을 알고 사랑도 해봤다면 더 짠하게 다가올 영화다.

‘그해 여름’은 1969년 시골 풍경을 재현해 낸 수채화 같은 비주얼이 돋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푸른 숲길, 주인공들의 사랑이 커지는 장소인 연꽃이 가득한 연못 앞 정자 등. 로이 클라크의 ‘예스터데이 웬 아이 워즈 영’이 나오는 가운데 읍내 전파사 앞에서 음악을 듣는 정인과 이를 석영이 바라보는 모습은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두 주인공의 연기는 손짓과 표정 하나에도 디테일이 살아 있다. 그러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속 사랑이야기가 예쁘게만 반복되니 약간 지루한 감이 있다. 상식을 넘어서지 않는 전개와 대사도 흠. 아직도 사랑의 판타지를 믿는 젊은 연인들과 옛 사랑이 그리운 사람에게 좋겠다.

두 영화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사 한 토막씩.

“여기까지만 하죠, 우리.”(‘사랑할 때…’)

“죽을 때까지, 내가 옆에 있을게요.”(‘그해 여름’)

현실의 사랑과 이상적인 사랑. 당신의 선택은….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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