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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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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인 민들레가 다 된 가을에 핀 걸 보았어요. 봄에 피고 또 피는 욕심쟁이 꽃일까? 쪼그리고 앉아 자세히 들여다 보았지요. 보도블록 틈 가까스로 내민 얼굴로 노랗게 웃고 있었어요. 발자국에 짓이겨진 작은 이파리들이 어깨 부딪치며 기뻐하는 걸로 보아 생애 처음 피운 꽃이 분명했어요. 꽃으로 태어나 나비 한 마리, 벌 한 마리 만나지 못하면 어쩌나, 돌아오면서 자꾸만 뒤돌아보았어요.
걱정 말라는 듯, 벌 나비 없어도 ‘재 같은 사랑을, 문법도 부호도 필요 없는, 세상이 잊은 듯한 사랑을’하고 있다는 듯 해맑게 웃고 있었어요. 작은 봄꽃 하나 가을서리 맞으며 겨울로 건너가고 있었어요.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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