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자연미와 공간 활용 한옥의 멋이 한국의 멋이죠”

  • 입력 2006년 1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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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지킴이 단체인 ‘아름지기’ 사옥.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34평 땅에 아담하게 들어선 이 작은 한옥에는 벽장 화장실 부엌 다용도실 등 쓸모 있는 공간이 알차게 있어 편리한 한옥 생활이 가능함을 알려 준다. 거실엔 통유리를 달아 건너편 대청마루 창을 통해 울타리 대나무까지 훤히 내다볼 수 있다. 사진 제공 이종근 씨
문화유산지킴이 단체인 ‘아름지기’ 사옥.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34평 땅에 아담하게 들어선 이 작은 한옥에는 벽장 화장실 부엌 다용도실 등 쓸모 있는 공간이 알차게 있어 편리한 한옥 생활이 가능함을 알려 준다. 거실엔 통유리를 달아 건너편 대청마루 창을 통해 울타리 대나무까지 훤히 내다볼 수 있다. 사진 제공 이종근 씨
한국 문화의 매력을 해외에 알리는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일본인 마샤 이와다테 씨(왼쪽)와 김은수 씨. 이종승 기자
한국 문화의 매력을 해외에 알리는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일본인 마샤 이와다테 씨(왼쪽)와 김은수 씨. 이종승 기자
“한국 문화에서 배운 게 많아서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었어요. 너무 익숙해 소홀하게 여길 수 있는 것들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일본인 마샤 이와다테 씨)

“미국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정작 한국 문화에 대해 잘 몰랐어요. 이번 작업을 통해서 나의 뿌리를 재발견하게 되었답니다.”(한국인 김은수 씨)

레스토랑 컨설턴트인 일본인 마샤 씨와 갤러리 큐레이터인 김은수(38) 씨가 전국을 다니며 한옥의 아름다움을 속속들이 소개한 화보집 ‘Korea style’을 펴냈다. 서양에 동양 스타일을 알리는 데 주력해 온 50년 역사를 가진 미국 터틀출판사에서 내는 책으로 미국 대중을 겨냥한 본격적인 한국 문화 소개서다.

경북 안동시 병산서원,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사옥, 동숭동 쇳대박물관 등 공공건물에서부터 건축가, 사업가, 의상 디자이너 등 다양한 생활인이 살고 있는 한옥 24곳이 사진작가 이종근 씨의 섬세한 앵글에 잡혔다. 건축미보다는 집안 곳곳에 숨어 있는 한국적 인테리어에 초점을 맞췄다.

김 씨 등 세 사람은 촬영이 있는 날, 섭외한 집의 화장실 청소까지 하고 이불까지 다리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으며 2년여에 걸쳐 책을 완성했다.

“자연 친화, 간결함, 절제 같은 것은 흔히 일본적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원조는 한국입니다. 전통적이면서도 모던한 한국 소품들의 멋은 물론이고 동일한 공간이 침실도 되고 거실도 되고 사랑방도 되는 건축의 유연성은 놀랍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독일인 외할아버지, 일본인 아버지, 한국인 남편을 둔 마샤 씨는 그야말로 ‘글로벌리안’이다. 일본 생활 디자인 분야에서 대표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있는 그는 “어느 한 곳에 묶이지 않은 ‘혈통’ 때문에(웃음) 객관적으로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다”면서 “한국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은 균형과 유연성, 자연스러움”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도미해 서양미술사를 공부한 뒤 20여 년 만에 귀국해 국내 화랑에서 만 3년 동안 큐레이터 일을 하면서 외국 서양미술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을 주로 했다.

“해외 아티스트들이 전시차 서울에 오면 늘 ‘한국문화에서 영감을 받고 싶다’고 해요. 바쁜 시간을 쪼개 박물관 궁궐을 돌아다니지만 한계가 있더라고요. 집이라는 공간은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문화가 담긴 산물이라는 생각에 책을 내 보자는 마샤 씨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집에 대한 철학은 언뜻 ‘갖춤’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뜻밖에 ‘버림’이었다.

“아무리 비싸고 예쁜 가구라도 거추장스러우면 소용이 없습니다. 과감히 버리는 것을 이사 때만이 아니라 수시로 해야 합니다. 버릴 수 없다면 감춰야지요. 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 바로 수납공간입니다. 마치 무대에서 커튼 뒤 공간이 중요하듯 말이지요.”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 전통미 살린 생활 속 소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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