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2>執熱不濯

  • 입력 2006년 1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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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도저히 나아갈 방도가 없는 경우가 있다. 대개는 헤쳐 나갈 방도를 이미 안다. 다만 그 방도대로 실행이 안 될 뿐이다. 공부는 열심히 하면 된다. 열심히 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을 수 있다. 또 하고 또 하면 결국 뜻을 이룰 수 있다. 사업도 정치도 성실과 신용을 쌓아 가면 언젠가는 된다는 점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방도를 알고도 대개는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이런 경우를 나타내는 말로 ‘執熱不濯(집열불탁)’이라는 말이 있다.

‘執’은 ‘잡다’라는 말이다. ‘執權(집권)’은 ‘권세를 잡다’라는 말이고, ‘執權黨(집권당)’은 ‘권세를 잡은 무리’라는 말이다. ‘固執(고집)’은 ‘견고하게 잡다’라는 뜻이다. 하나의 생각이나 방법을 절대로 버리지 않고 잡고 있으므로 ‘고집이 세다’는 말을 듣는다. ‘固’는 ‘견고하다, 완고하다’라는 뜻이다. ‘執行(집행)’은 ‘잘 잡고 행하다’라는 말이다. ‘執行’은 어떤 규칙이나 법에 따라 행하는 것을 나타낸다. ‘熱’은 ‘뜨겁다’는 뜻인데, 여기에서는 ‘뜨거운 것’을 나타낸다. ‘執熱’은 ‘뜨거운 것을 잡다’라는 말이 된다. ‘不’은 ‘아니다, 하지 않다’라는 뜻이다. ‘濯’은 ‘씻다’라는 뜻이다. 씻으면 빛이 나므로 ‘빛나다’라는 뜻도 있다. 사물은 빛이 나면 커 보이기 때문에 ‘濯’에는 ‘크다’라는 뜻이 있다. 여기에서는 물론 ‘씻다’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이를 합치면 ‘執熱不濯’은 ‘뜨거운 것을 잡고도 씻지 않는다’, 즉 ‘뜨거운 것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물에 담그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이는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어리석은 길을 간다. 잘못한 줄을 알면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고, 해결 방법이 눈에 보이는데도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 한다. ‘執熱不濯’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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