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금고털이범 희망을 훔치다…‘빅토리아의 발레’

  • 입력 2006년 11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빅토리아의 발레/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김의석 옮김/480쪽·1만2000원·문학동네

소설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는 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작가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칠레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의 소설은 밝고 긍정적이다.

감방에서 막 나온 청년 앙헬에게서 금고를 털자는 제안을 받은 왕년의 금고털이 니코. 나이 예순에 다시 감방에 들어갈 수 없다며 거절하지만, 믿었던 친구가 돈을 떼어먹자 마음이 흔들린다.

앙헬도 돈이 필요한 절박한 이유가 있다. 피노체트 독재정권에 아버지를 잃은 가난한 소녀 빅토리아를 사랑하게 된 것. 앙헬은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 하는 빅토리아의 꿈을 이뤄주고 싶다.

정치적인 그늘 속에서도 생에 대한 꺾이지 않는 희망을 만날 수 있는 작품. 시(詩)와 탱고 가사를 병치시키는 실험적인 문체도 주목할 만하다. 소설에는 밑바닥 인생의 한숨과 눈물이 스며 있다. 피노체트 독재정권이 물러갔지만 여전히 상처 많은 칠레 사람들의 삶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이렇듯 고단한 인생에서 웃음과 감동을 찾아내면서 “삶이란 그래도 살아볼 만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