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122>窮

  • 입력 2006년 11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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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窮(궁)’의 의미는 다양하다. ‘窮’에는 왜 이렇게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의미가 공존하는 것일까? 이제 이유를 살펴보기로 하자.

‘窮’은 원래 ‘다하다, 끝나다’라는 뜻이다. ‘無窮無盡(무궁무진)’은 ‘다함이 없고 끝이 없다’라는 뜻이다. ‘무궁무진하다’는 엄청나게 많은 것을 나타내는 경우에 사용한다. ‘窮冬’은 ‘끝나는 겨울’, 즉 ‘마지막 겨울’이라는 뜻으로 ‘음력 섣달’을 의미한다. ‘다하다, 끝나다’로부터 ‘끝까지 하다’, 즉 ‘도달하다, 연구하다’라는 의미가 생겼다. ‘窮極(궁극)’은 ‘극도에 도달하다’라는 말이다. ‘궁극적 목적’이라는 말은 ‘마지막으로 도달해야 하는 목적’이라는 말이다. ‘窮理(궁리)’는 ‘이치를 연구하다’라는 말이다.

‘다하다, 끝나다’라는 뜻으로부터 ‘끝’이라는 의미가 나왔다. ‘끝’은 곧 막다른 곳을 의미한다. 이로부터 ‘窮’에는 ‘막히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窮僻(궁벽)’은 ‘막히고 후미지다’라는 말이다. ‘僻’은 ‘후미지다, 치우치다’라는 뜻이다. ‘窮巷(궁항)’은 원래 ‘막힌 마을’이라는 뜻인데, 이 뜻이 변해 ‘궁벽진 시골 마을’을 나타낸다. ‘巷’은 ‘거리, 마을’이라는 뜻이다.

‘막히다’라는 뜻으로부터 ‘어려움을 겪다’라는 뜻이 나왔다. ‘窮地(궁지)’는 ‘어려운 지경’이라는 말이고, ‘困窮(곤궁)’은 ‘괴롭고 어렵다’라는 말이다. ‘窮鳥入懷(궁조입회)’는 ‘매에게 쫓기는 어려운 처지의 새는 사람의 품에도 들어온다’라는 말이다. ‘懷’는 ‘가슴, 품’이라는 뜻이다. 궁지에 몰린 새를 보호해야 하듯이 궁지에 몰린 사람의 하소연은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어려움을 겪다’라는 뜻으로부터 ‘가난하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窮乏(궁핍)’은 ‘가난하고 고달프다’라는 말이다. ‘乏’은 ‘고달프다’라는 뜻이다. ‘窮狀(궁상)’은 ‘가난한 모습’이라는 뜻이다. ‘狀’은 ‘모양, 형상, 상태’라는 뜻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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