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BBC 어떻게 개혁 성공했나…‘BBC 구하기’

◇BBC 구하기/그렉 다이크 지음·김유신 옮김/560쪽·2만5000원·황금부엉이

세계 공영방송의 모델인 영국 BBC의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끈 최고경영자(CEO)의 자서전이다. 2000년 1월 BBC 사장이 된 후 2004년 1월 영국 정부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정보를 부풀려 보도한 것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까지의 과정을 여과 없이 털어놓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BBC 개혁 과정. 민영방송사 CEO 출신인 그렉 다이크는 출근 첫날 30cm가 넘는 서류 뭉치를 받아 들고는 BBC의 관료주의 문화에 혀를 내두른다. “BBC는 돈을 쓰기만 하면 되는데 무슨 업무가 이렇게 복잡한가.”

다이크는 고비용 비효율의 업무 방식을 개선한다. 간접비 비율을 24%에서 12%로 줄여 재임 기간에 시청료 인상액보다 많은 1억6600만 파운드를 절감시켰다. 그 대신 자금을 모두 프로그램 제작에 투자했다. 뉴스 시간대를 9시에서 10시로 옮겨 전체 채널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역대 사장들과 달리 평범한 공립학교에서 “성공 가능성이 가장 적은 학생”으로 평가받던 범재가 BBC의 수장이 돼 정부의 외압에 맞서 공영방송의 독립을 지켜내는 뒷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원제 ‘Greg Dyke: Inside Story’(2006년)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