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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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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포이동 밀물현대무용단 연습실. 한글을 ‘온몸으로’ 사랑하는 25명의 무용수가 땀을 흘리며 ‘한글춤’을 추고 있었다. 이들은 때로는 자음으로, 때로는 모음으로 변신하면서 한글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표현해 냈다.
현대무용가 이숙재(61) 한양대 교수가 이끄는 밀물현대무용단은 1991년부터 해마다 한글날 무렵에 ‘한글춤’을 공연해 왔다. 이 교수를 비롯한 단원들의 ‘한글사랑’ 덕분에 올해도 어김없이 ‘나랏말씀사람들’이 무대에 오른다. 만만치 않은 제작비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무용수들은 이 공연만큼은 모두 무보수로 무대에 선다.
“처음 시작할 땐 이렇게 오랫동안 하게 될 줄 몰랐죠. 개인 무용단이 해마다 이런 규모의 공연을 하는 게 재정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16년째 공연하면서 사명감이 생겨 이제는 그만둘 수 없습니다.”(이 교수)
이 교수가 ‘한글춤’을 처음 구상한 것은 20여 년 전. 미국 유학시절 춤 소재 개발에 대한 강의를 듣다가 우리만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한글에 눈을 돌리게 됐다. 첫 공연인 ‘홀소리 닿소리’ 이후 초창기엔 자음과 모음의 형상화에 중점을 뒀지만 해마다 ‘진화’를 거듭해 왔다. 한글 창제 원리나 음양오행의 철학 등이 추가됐고 인터넷 보급에 따른 ‘방가방가’ ‘ㅋㅋ’ 등 한글파괴에 대한 비판을 담아내기도 했다. 한글을 예술로 승화시킨 공로로 이 교수는 2004년 한글학자 최현배를 기리는 외솔상을 받았다. 17, 18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2만∼5만 원. 02-578-6810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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