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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9월 29일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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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황족회는 29일 낮 12시 서울 중구 힐튼호텔에서 대한제국 황위 승계식을 갖고 의친왕의 둘째 딸 이해원(88) 옹주를 제30대 황위 계승자로 추대한 뒤l 대관식을 거행했다.
황족회는 이날 "영친왕(제28대)의 아들인 이구 황위 계승자(제29대)가 자녀 없이 작년 7월 세상을 떠나 영친왕가의 맥이 끊김에 따라 해원 옹주를 제30대 황위 계승자로 추대했다"고 말했다.
대한제국 황실서 여성이 황위를 승계하기는 처음이다.
황족회는 "해원 옹주는 의친왕가의 생존 자녀 가운데 정통성을 인정받은 가장 서열이 높은 어른이기 때문에 황실 법도에 따라 황위를 받았다"며 "여성이 황위를 잇는 것은 황실 법통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황족회는 5월 고종황제의 둘째 아들인 의친왕의 부인 가운데 황족으로 인정을 받은 부인 소생의 자녀 등 후손 10여 명이 주축이 돼 결성됐다.
이성주 황족회 대변인은 "해원 옹주는 황실의 대표전권, 황실 유지보존 및 복원 사업권, 제31대 황위 계승 후계자 지명권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해원 옹주는 이날 대관식에서 "황실의 대표로서 역할을 맡게 돼 영광"이라며 "뿔뿔이 흩어진 황실 가족을 다시 모아 황실을 재건하는 밀알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내 역할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실명이 '이진'인 해원 옹주는 의친왕(이강)의 둘째딸이자 고종의 손녀. 남편은 6·25 전쟁 때 강제 납북됐으며 1992년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가 2002년 귀국한 후에는 경기 하남시 풍산동의 4평짜리 월세방에서 어렵게 살고 있다.
이성주 황족회 대변인은 "이번 황위 승계는 승계자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황위 계승 문제를 정립하고 정통성 있는 후계자를 키우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황족회는 조속한 시일 내에 황족 중에서 해원 옹주의 후계자를 지명할 계획이다.
황족회는 황실 후손들의 가장 큰 행사인 종묘제례 문제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한 채 "남이 와서 제사상을 차리는 것과 자기 아들이 제사상에 술을 부어놓는 것 중 어느 것이 올바른지 생각해야 한다"며 정통성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황족회는 해원 옹주의 황위 승계 사실을 정부와 외국 황실협회에 공문으로 알리고 앞으로 외국 황실들과의 교류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날 황위 승계식에는 독립운동 관련 단체 대표와 황실 친족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한편 작고한 이구 씨의 후계로 이원 씨의 양자로 입적한 전주 이 씨 대동종약원은 이날 해원 옹주의 황위 계승에 관해 "아직 공식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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