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그들이 신을 얘기할때… ‘시간 밖의 문명’

  • 입력 2006년 9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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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밖의 문명/웨이드 데이비스 지음·임자경 옮김/350쪽·1만2000원·무우수

“어찌하여 그들은 사람보다 바다표범을 더 사랑합니까.”

북극해 빙원의 혹한과 싸우며 일각고래와 바다표범 사냥을 가장 사랑하는 이누이트(에스키모)가 바다표범 가죽의 수입을 금한 백인들의 조치에 대해 묻는 말이다.

“우리의 땅이 병드는 것은 신이 아니라 정부라는 다른 인간들 때문이다.”

보르네오 숲의 유목민인 페낭족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개발하는 말레이시아 정부에 남긴 말이다.

“백인들은 교회에 가서 신에 관한 말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원에서 춤추며 신이 된다.”

부두교의 신 내림 현상을 ‘하얀 어둠’이라고 시적으로 묘사하는 아이티 원주민의 말이다.

캐나다 출신의 민속식물학 박사인 저자가 북극해와 아마존 열대우림, 동남아 숲과 중동 사막 등 오지를 돌아다니며 만났던 원주민의 야생 영혼을 기록한 현장 보고서. 시간과 돈에 쫓기는 현대문명과 전혀 다르면서도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삶이 가능한지, 또 인류의 다원성이 왜 그토록 소중한 것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하는 글들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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