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중심서 일류를 꿈꾸다

  • 입력 2006년 9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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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9일. 저는 데뷔 7년 만인 오늘 한국에서 데뷔합니다."

화면 속 자막이 올라가자 1200여명의 팬들이 떠나갈 듯 소리질렀다. "곳찡 곳찡…"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 가수는 한국 팬들의 환호를 가르는 한 마디를 던지며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고토마키(後藤眞希)입니다."

9일 오후 서울 자양동 나루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것은 바로 일본 여가수 고토마키. 그녀의 한국 데뷔 기념 팬미팅이 있던 날이었다. 한국 팬들을 위해 그녀는 발라드곡 '스핀토 나미다'를 한국어로 개사해 불렀고 최신 히트곡 '가라스노 펌프스'에 맞춰 춤도 췄다. 그녀의 한국어 발음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지만 한국 팬들은 그녀의 애칭 "곳찡"을 쉴 새 없이 외쳐댔다.

○ 일본 남-녀 아이돌 사단, 한국 가요계에 침투하다

고토마키는 1999년 일본 여성 아이돌 그룹 '모닝구무스메'로 데뷔, 2001년 데뷔 싱글 '아이노바카야로'로 오리콘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일본의 인기 아이돌 스타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제 2회 '아시아송 페스티벌' 참가차 내한했지만 올해는 한국 가요계 데뷔를 선언하기 위해 온 것. 9일 베스트 앨범 발매를 시작으로 잡지 화보 촬영 및 라디오, 케이블 음악 채널 출연 등 이미 10여개의 스케줄이 잡혀있다. 그녀는 "앞으로 한국 단독 콘서트나 방송 출연 등 일본 활동과 병행해 한국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토마키가 소속된 '업프론트' 에이전시는 '모닝구무스메', 마츠우라 아야, 아베 나츠미, 'W' 등 현재 일본 여성 아이돌 스타를 거느린 기획사다. 이들은 이미 치밀한 한국 연예계 시장조사를 통해 가능성을 꿰뚫었다. 야마사키 유카코 이사는 "원활한 한국 진출을 위해 '모닝구무스메'의 최전성기 시절 멤버이자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고토마키를 1호로 선정한 것"이라며 "고토마키의 진출 결과에 따라 다른 가수들의 진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Smap', '킨키 키즈', 'KAT-TUN' 등 일본 남성 아이돌 군단으로 대표되는 '자니스 주니어' 역시 비슷한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 진출 신호탄 격인 5인조 남성 그룹 '아라시(嵐)'는 22일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제 3회 아시아송페스티벌 참가를 시작으로 23일 서울 광장동 '멜론-악스'에서 1600여명의 팬들과 미팅을 가진다. 11월 11,12일에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도 연다. 이러한 진출은 '아라시'를 보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몰려든 1500여명의 한국 팬들, 새 앨범 '아라식'이 한국에서 1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를 기록한 것 등 한국 시장의 잠재 가능성을 자니스 주니어 측이 간파한 것으로 분석된다.

○ 팬클럽, 일본 아이돌의 문을 열어주다

일본 여성 아이돌 라인인 업프론트와 남성 아이돌 라인 자니스 주니어의 한국 데뷔는 아시아에서 불고 있는 '한류(韓流) 열풍' 속에서 눈길을 끈다. 유카코 이사는 "일본 가수들 역시 아시아에 새로운 붐을 일으키고 싶다"며 "따라서 섬 문화와 대륙 문화의 교량 역할을 하는 나라인 한국에서 데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한국 진출을 가능케 한 것은 국내 팬클럽 회원들. '아라시'는 8개의 공식 팬클럽에 10만 명이 넘는 회원수를 자랑하고 있으며 '모닝구무스메' 팬클럽 역시 13만 명이 넘는다. 고토마키의 팬미팅 행사를 기획한 고토마키 팬클럽 회원 신유철(26) 씨는 "지난해부터 고토마키 소속사에 한국 진출 기획서를 꾸준히 보냈고 올해 3월에는 직접 도쿄를 찾아가 한국 팬들의 활동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려한 데뷔와 달리 이들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국내 아이돌 시장이 이미 확고한 상태. JVC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의 김익래 대표는 "현재 한국 진출을 꿈꾸는 일본 가수들 중에서 한국어 능력이 뒤따르지 않아 진출을 못하는 가수들이 수두룩하다"며 "한국어 실력은 원활한 활동 보장 증서인 동시에 일본인에 대한 반감을 없애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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