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무하는 욕설-주먹질 ‘대체 뚝방이 뭐기에’… ‘뚝방전설’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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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싸이더스FNH
사진 제공 싸이더스FNH
대한민국 남자치고 적어도 왕년에 “맞고 다녔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3 대 1이니 18 대 1이니 하는 말도 숱하게 들었다. 이 영화의 대사처럼 ‘전설 아닌 청춘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이상하다. 때린 사람이 있으면 맞은 사람도 있을 텐데.

천하무적 카리스마 박정권(박건형), 할 일이 없어 같이 싸우는 기성현(이천희), 입이 뇌의 명령을 듣지 않는 ‘구강 액션’의 달인 유경로(MC몽). 이들 세 친구는 동네 뚝방을 장악하고 있던 뚝방파를 굴복시키고 ‘노타치파’를 결성한다.

졸업 후, 정권은 건달이 되려고 동네를 떠나고 뚝방은 다시 뚝방파의 손에 들어가는데. 노래 교실 강사가 된 경로와 방사선 기사가 된 성현 앞에 정권이 다시 나타난다. 노타치파의 부활일까? 그러나 정권과 같은 조직에 있었던 이치수(유지태 우정출연)가 뚝방파와 손잡고 동네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뚝방 사수를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생각보다 잔인하다. 특히 한때 ‘전설’이었던 정권이 본격 조폭 세계로 들어가서 겪게 되는 일들이 그렇다. 감독은 “조폭 세계는 동네에서 잠깐 놀았던 사람이 갈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긴 정권의 보스로 나오는 오달수가 그런다. “전국구 깡패 될 확률보다 서울대 갈 확률이 높고 보스 될 확률보다 검사 될 확률이 높다”고. 폼 잡아봤자 대부분은 3류 양아치일 뿐. 그래도 공부가 가장 쉽다는 교훈을 주는, 어찌 보면 착한 영화다.

산만한 에피소드들,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싸움 장면이 왜 그렇게 자주 나오는지, 결정적으로 그들은 왜 뚝방에 그리도 매달리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사실 별 이유는 없다. 한때 전설을 만들었던 곳이니까. 그들 표현대로라면 ‘가오 상하면’ 안 되니까. 그냥 거친 ‘수컷의 언어’로 이해할 수밖에.

영화 후반부 이른바 ‘뚝방대첩’의 수중 액션(사진)은 비장하다. 철없이 폼만 잡는다고 생각했는데, 영화의 결론은 의외로 현실적이다. ‘나 홀로 전설’일지라도 주인공이 되고 싶은 남자들의 심리와 그 진실이랄까. 영화를 보고 또 “캬! 나는 말이야…”라고 말할 남자, 분명히 있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겠지. 9월 7일 개봉. 18세 이상.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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