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이해하기 20선]<1>세계화 이후의 부의 지배

  • 입력 2006년 8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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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대한민국’ 시리즈 ‘테마별 좋은 책’ 기획이 다시 시작됩니다. 새 테마는 ‘세계화’입니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놓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면서 세계화의 흐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각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받아 세계화를 테마로 한 책을 소개합니다.》

세계화에 대한 찬반 여론이 거세다. 한쪽에서는 세계화에 동참해야 물질적 풍요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가 간, 개인 간의 불평등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다. 어느 쪽이 옳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 중 세계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단호하게 주장하는 세계적인 경제학자가 있다. 일찍이 ‘제로섬 사회’를 주창한 세계적인 석학, 현재 및 미래 사회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레스터 서로는 이 책에서 글로벌 경제의 미래와 부의 흐름을 분석한다.

레스터 서로는 ‘세계화란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을 쌓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현재 이 경제 바벨탑이 아무 계획도 없이 무모하게 건축되고 있으며 심지어 설계도도 도안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설계도 없는 글로벌 경제를 우려하면서도 이것이 부를 거머쥘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역설한다.

이 기회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레스터 서로는 용기 있는 자가 부를 거머쥘 것이며, 바벨탑은 정부가 아니라 개인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모양새가 각기 다를 뿐만 아니라 바벨탑을 보는 위치에 따라 이해관계도 달라진다고 말한다. 탑 꼭대기에 앉아 있는 부유하고 성공한 무리들은 아래층에서부터 계단을 걸어 올라오고 있는 가난한 이들과는 사뭇 다른 눈으로 탑을 바라보고 있으며, 세계화와 동떨어져 있는 바깥 사람들과 내부 사람들이 보는 탑은 그 형태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수한 관점 가운데 하나만이 옳고 다른 건 모두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고 결론짓는다.

그는 세계화에 반대하는 것과 미국의 제국주의 성향을 비난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세계화를 이루어 나가려면 세계화를 보는 미국의 시각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화 자체가 미국화를 뜻하지는 않기 때문에 세계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우려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기업에서 국적은 예전과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핀란드 노키아의 경우 미국인이 소유한 주식이 핀란드인이 가진 주식보다 훨씬 많은데, 이 기업을 미국 기업이라고 해야 하는가 아니면 핀란드 기업이라고 해야 하는가. 저자는 기업뿐 아니라 개인에 대해서도 국적과 국경의 구분이 사라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질이 높으면서 통화 가치가 상승하는 선진국으로 이주해 갈 것이라고 예견한다. 실제 개발도상국 사람들은 선진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세계화는 다원적 현상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세계는 서로 협력하여 바람직한 세계화의 형태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세계화를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거역할 수 없는 세계화 물결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신랄한 비판과 재미가 골고루 담긴 흥미로운 책이다.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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