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축구는 □다’ TV자막 히트

  • 입력 200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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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구 한국과 스위스전이 펼쳐졌던 24일 새벽. 주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 끝에 0-2로 한국의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사람들은 준비해 두었던 환호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허탈감도 잠시. TV를 보던 사람들이 “맞아! 맞아”를 외쳤다.

중계방송 직후 방영된 하이라이트 영상 위에 ‘축구는 오늘… 죽었다’라는 자막이 흐른 것. 여기에 피아니스트 짐 브리크먼의 연주와 마이클 볼턴의 목소리가 합쳐진 ‘히어 미’라는 곡이 차분히 흘렀다. 경기 영상과 자막, 그리고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는 이 프로그램은 MBC 월드컵 중계방송의 ‘축구는 □다’ 시리즈다.

이탈리아와 8강 티켓을 놓고 겨루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호주 팀이 경기 종료 3초를 남겨 두고 아깝게 패하던 날에는 화면에 ‘축구는 때론 이 남자의 능력 밖이다’라는 자막과 ‘히어스 투 더 히어로’라는 노래가 흘렀다.

‘축구는 역전이 제 맛이다’(한국-토고전), ‘축구는 바로 이 순간 시작이다’(한국-프랑스전). ‘축구는 이변이다’(트리니다드토바고-스웨덴전) 등 MBC의 월드컵 경기 중계방송 직후 흐르는 카피는 현재 인터넷 공간에서 인기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어록’으로 인기다.

MBC 스포츠제작부 허연회 부장은 “독일 월드컵 방송기획단 초기 회의 때 라디오국으로부터 축구에 대한 어록을 하나씩 정리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초기만 해도 ‘축구는 패션이다’, ‘축구는 열정이다’ 식으로 사전 제작을 했지만 경기에 변수가 많아 현장에서 일어난 일들을 곧바로 감각적인 문장 하나로 정리해 보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현재 이 작업을 담당하는 것은 총괄 차장과 3명의 PD, 4명의 자막기술 담당, 그리고 음악 담당 등 9명이다. 3명의 PD는 경기를 모니터하다가 후반 30분 시점부터 하이라이트 영상을 모아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업무를 총괄하는 김종현 차장은 “요즘은 시청자들이 카피를 보내 줄 정도로 반응이 좋지만 즉흥적인 멘트를 함부로 내보냈다가 항의를 받을지도 몰라 두렵다”고 말했다.

자막에 깔리는 음악은 프리랜서 음악감독 우석도(44) 씨가 맡는다. 우 씨는 경기 전 해당 국가가 남미인지 유럽 쪽인지 알아본 후 나라에 맞는 음악들을 가져와 그날 분위기에 따라 최종 선곡한다.

우 씨는 “남미 국가는 라틴음악, 유럽의 경우 록발라드 위주로 선곡한다”며 “최신 히트곡보다는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7080세대 인기곡들로 고른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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