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들의 반란

  • 입력 2006년 6월 15일 03시 00분


지상파에 노홍철이 있다면 케이블엔 LJ가 있다?

최근 푸드채널 올리브네트워크에서 방영하는 ‘연애불변의 법칙’에 메인 MC 김창렬을 압도하는 입담의 소유자가 나타났다. 내쳤다 하면 1분에 60개 이상의 단어를 속사포처럼 구사하는 그의 이름은 LJ(29). 이주연이란 본명 대신 예명 LJ로 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방송 데뷔 전 랩 듀오 ‘다이나믹 듀오’의 앨범에 LJ라는 예명으로 코믹한 ‘속사포 랩’을 늘어놓았던 것. 그러나 LJ는 래퍼가 아니다. 그의 본업은 ‘다이나믹 듀오’의 매니저.

○ 주체 못하는 끼

LJ는 요즘 ‘다이나믹 듀오’만이 아니라 자신의 스케줄을 관리하기에도 바쁘다. ‘연애불변의 법칙’ MC 외에 음악채널 Mnet에 방영되는 성교육 드라마 ‘성교육닷컴’에 살사댄스로 출연하는 등 고정 출연 프로만 3개다. 그는 “연예 프로그램 MC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매니저. 하지만 이제 연예인들을 챙기는 일만 하진 않는다. 연예인 뺨치는 끼를 가진 매니저들이 직접 TV에 출연해 인기를 얻는 ‘매니저들의 반란’이 잇따르고 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밤)의 코너 ‘검색대왕’에는 VJ 찰스와 함께 그의 매니저 박신의(27)가 고정 출연하고 있다. 그의 역할은 출연자들의 연기 및 재연 능력을 평가하는 ‘판정단’. ‘일밤’의 고재형 책임 프로듀서는 “모델 출신인 데다가 여느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와 끼를 갖고 있다”고 발탁 이유를 밝혔다.

○ 끼 못 속이는 전직 ‘연예인 지망생’

MBC 일일연속극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에 파도 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고은애(본명 손승희·23)는 지난해까지 탤런트 장아영의 매니저였으나 지금은 매니저를 둔 연기자다. 지난해 MBC 드라마 ‘내 인생의 스페셜’ 오디션에 장아영과 함께 갔다가 그녀를 눈여겨본 담당 PD가 “함께 출연해 보라”고 말한 것이 계기가 돼 연기자로 데뷔했다. 고은애는 “학창시절 박경림 같은 개그우먼 겸 MC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개그맨 시험에 떨어져 매니저로 업종을 변경했다”고 이력을 밝혔다.

TV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는 매니저들은 이처럼 대부분 연예인을 꿈꿨던 ‘연예인 지망생’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방송현장에서 제작진과 자주 마주치며 친분을 쌓다가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 저렴한 출연료로 TV에 데뷔하는 길을 걷는다. 개그맨 정준하, 김종석 등이 매니저 출신 연예인의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MBC 시트콤 ‘레인보우 로망스’의 김민식 PD는 “방송계에 소문난 끼 많은 매니저들 중에는 기성 연예인 못지않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며 “신인들에 비해 방송 시스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겐 데뷔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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