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의 식당 ‘엘불리’를 아시나요

  • 입력 2006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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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전문지 연례평가서 명성 거듭 확인
1인당 20만원… 예약후 수년 기다려야

음식 평론가들에 의해 ‘세계 최고’로 뽑힌 스페인의 엘불리 레스토랑. 이곳의 주방장 페란 아드리아 씨의 손을 거치면 평범한 야채들도 특별한 요리로 재탄생한다. 구운 야채 위에 신비로운 무늬가 섞인 소스가 뿌려졌다. 오른쪽은 코코넛과 파인애플이 가미된 피나 콜라다 디저트. 사진 제공 게티이미지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음식평론가 560명에게 물었다. 세계 최고의 식당은 어디냐고. 답은 스페인 북부 로사스 근처의 ‘엘불리 레스토랑’.

영국 음식전문지 ‘레스토랑’이 주관한 이번 연례평가에 앞서 엘불리는 2002년에도 최고 식당으로 선정된 바 있다. 명성이 높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모방이 아닌 창조’가 이 레스토랑의 경영 기조. 이곳의 주인 겸 주방장 페란 아드리아 씨는 독특한 재료와 조리방법을 통해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식당 문을 닫는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요리 재료들을 수집해 바르셀로나에 있는 자신의 음식연구소에서 이 재료들을 과학적으로 실험하고 새 조리법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토마토 맛이 나는 골프 공 모양의 빵이 토핑된 바닐라 아이스크림, 액체 질소로 식힌 피스타치오 트뤼플(과자의 일종), 당근 맛이 가미된 거품 등의 메뉴는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 태어났다. 20∼30개 코스로 나오는 이곳 음식은 모두 한입에 먹을 수 있는 분량.

뛰어난 자연 경관에 둘러싸인 엘불리 레스토랑. 이곳에서의 식사는 평균 4시간 이상이 걸리는 ‘맛의 향연’이다.

다소 파격적인(?) 음식의 배합에 낯설어 하는 손님들을 위해 웨이터들은 음식에 대한 재료 설명은 물론 어떤 순서로 먹어야만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는지 자상하게 설명해 준다.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한 사람당 1병의 와인과 함께 평균 4∼5시간 걸리는 코스 메뉴를 먹어도 1인당 가격은 20만 원 안팎.

수천 가지의 음식 맛을 확실하게 암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주방장 아드리아 씨는 ‘절대 미각’의 소유자.

엘불리는 명성만큼이나 콧대 높기로 유명하다. 50여 명만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아담한 규모지만 이곳에서 식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기자 명단에 오른 뒤 몇 개월에서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엘불리를 대대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니 예약 자리를 일주일 내에 만들어 달라’고 하자 아드리아 씨가 ‘뉴욕타임스니까 2년만 기다리게 해 주겠다’고 답한 얘기도 전해진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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