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여성이 겪는 질병의 사계절

  • 입력 2006년 4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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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인생의 ‘사계절’을 경험한다.

태어나면 유·소년기와 청년기를 거쳐 장년기, 노년기를 보낸다.

인간의 ‘몸’도 이러한 주기에 따라 성장하며 ‘사계절’을 경험한다.

그러나 성장의 또 다른 이름은 ‘노화’. 각종 질병도 피하기 어렵다.

인생주기에 따라 진행되는 노화와 질병을 ‘여자가 겪는 질병의 사계절’과 ‘남자가 겪는 질병의 사계절’로 두 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거울에 비친 ‘낯섦’에서 ‘세월’을 발견한다.

눈가의 잔주름, 얼핏 보이는 한두 올의 흰머리….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날씨가 궂으면 무릎도 쑤셔 온 것 같다.

어느새 나도 늙는가?

○春 10대 - 무월경땐 검진을… 체중관리보다 잘 먹어야

‘여성’으로의 첫걸음을 내딛는 건 만 10세 무렵.

미미하던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젖꼭지가 도드라진다.

에스트로겐의 혈중 농도는 10세까지 mL당 10pg(피코그램·1pg은 1조분의 1g) 미만이지만 이때부터 급격히 늘어 초경이 있는 만 13.5세엔 성인 수준(최저 50∼300pg)에 이른다. 그러나 만 50세경 폐경과 함께 연간 2∼3%씩 급감해 60세 이후엔 아예 10세 이전으로 떨어진다.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는 “유방이 생긴 뒤 만 16세까지 초경이 없거나 만 14세까지 젖가슴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경우 ‘무(無)월경’인지 확인하라”며 “효소 결핍, 난소 이상, 심한 운동과 다이어트 등이 이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젖가슴을 비롯해 엉덩이 등에 지방이 붙으면서 체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지만 지나치면 안 된다.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부위별로 성장 속도가 달라 특정 부위는 살이 쪄 보일 수도 있다”며 “체형은 20세 정도에나 알 수 있는 만큼 체중을 관리하기보다 잘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夏 20대 - 평생건강 저축기… 주름원인 자외선 차단을

신체 기능이 최고조에 이르며 평생의 건강을 ‘저축’해야 하는 시기다.

골량(骨量)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정점에 이른 뒤 정점을 기준으로 연간 0.3%씩 낮아진다. 폐경 이후엔 칼슘 흡수를 도와주는 에스트로겐이 이전보다 5∼10배 빠르게 줄어 골다공증(뼈엉성증)이 많다.

울산대 의대 류마티스내과 유빈 교수는 “20, 30대에 충분히 칼슘을 섭취해 골량의 최대치를 높여야 골다공증이 시작되는 시기가 늦어진다”며 “40, 50대보다 이 시기의 관리가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얼굴 주름은 30대에 확연해지지만 미세 주름은 이르면 10대 후반부터 생기는 만큼 주름의 주 원인인 자외선 차단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주흥 교수는 “10대에 한 번이라도 일광 화상을 입을 경우 피부 노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돼 있다”며 “자외선(UVA, UVB) 차단제만으로 자외선을 막지 못하는 만큼 해변에서도 옷을 입고 평소 양산을 쓰는 등 자외선을 대하는 습관을 바꾸라”고 말했다.

○秋 30, 40대 - 임신중 성인병 조심… 관절 근육운동 꾸준히

출산의 여파로 건강을 해치기 쉽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임신을 하면서 고혈압 당뇨 등 각종 성인병에 노출되기 쉽고 출산 이후 늘어난 체중은 퇴행성관절염 등을 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기 여성을 괴롭히는 요실금이 처음 나타나는 것도 출산 이후. 40, 50대에 이르면 많게는 40%까지 요실금을 겪는다.

‘나이 살’도 문제다. 인제대 의대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30대부터 신체활동량과 기초대사량이 줄어 하루에 필요한 열량이 줄어든다”며 “이전과 똑같이 먹으면 살이 찌기 쉽다”고 말했다.

을지의대 족부정형외과 이경태 교수는 “40, 50대에 시작되는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노화에다 안짱다리 등 자세 이상, 외상, 과도한 운동 등으로 생기지만 하이힐을 신거나 비만한 경우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절 주위 근육을 튼튼하게 돕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좋다. 움직일 때 물렁뼈가 서로 닿지 않아 덜 닳기 때문이다. 앉은 자리에서 허벅지에 힘을 주고 발끝을 몸 쪽으로 꺾은 채 올리는 것. 왼쪽과 오른쪽 다리를 번갈아 가며 20∼30초 유지한다. 30∼60분 평탄한 길을 속보로 걷거나 수영을 하는 것도 좋다.

○冬 50대 이후 - 불안 우울 등 갱년기 맞서 활기찬 삶을

남성과 달리 30년 이상 몸에 있던 에스트로겐이 폐경과 함께 3, 4년 사이에 빠져나가면서 ‘금단 현상’이 생긴다.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박기현 교수는 “폐경 여성의 약 90%가 안면홍조, 불안, 우울 등과 같은 급성 갱년기 증상을 겪는다”며 “질과 요로가 위축되고 피부가 거칠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에스트로겐이 줄면서 남성처럼 복부비만과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 커진다.

체질량지수(BMI)는 남성의 경우 40대에 최고치에 이른 뒤 줄어들지만 여성은 40대 23, 24에서 60대엔 25까지 지속적으로 커진다. 35세에 심혈관계 질환이 생길 위험은 남성이 여성의 8배이지만 80세엔 같다.

그러나 일부 여성에게 폐경은 끝이 아니라 과거의 ‘여성’과는 단절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생리적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박 교수는 “일부에서는 폐경(menopause)이라는 단어가 ‘남자에게서 자유로워지다(pause from men)’라는 말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한다”며 “폐경 이후 여성은 자신만을 위해 일하고 싶은 생리적 욕구가 강해져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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