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北자유 위한 통곡기도대회 산파 손인식 목사

  • 입력 2006년 2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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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서울통곡기도대회 준비차 내한한 손인식 베델한인교회 담임목사. 베델한인교회는 신도가 4000여 명으로 미국의 대표적 한인교회다.원대연  기자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서울통곡기도대회 준비차 내한한 손인식 베델한인교회 담임목사. 베델한인교회는 신도가 4000여 명으로 미국의 대표적 한인교회다.원대연 기자
‘북한 자유를 위한 한국교회연합(KCC)’이 개최하는 서울통곡기도대회가 28일 오후 2시부터 3월 1일 오후 9시까지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린다. 한국 교회가 북한 주민들의 고통에 침묵했음을 회개하고 그들의 생존권을 위해 기도하는 자리다.

2004년 미국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통곡기도대회가 한국으로 건너온 것이다.

주최 측은 국내 목회자 5000명 이상, 평신도 2만 명 이상, 세계 각 대륙에서 온 한인교회 목회자 1000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선 김장환(극동방송 사장) 김준곤(한국대학생선교회 총재) 김진홍(두레교회) 김홍도(금란교회) 이수영(새문안교회) 목사가 강사로 나서고 국외에선 샘 브라운백 미국 상원의원, 리처드 랜드 남침례교단 의회 대표단장, 로버트 시지크 미국 복음주의연합회 대표, 데버러 피키스 미국 미들랜드교역자회 사무총장 등이 초청됐다.

서울 대회에 이어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인천 등 국내 주요 도시에서 한 달에 한 번씩 기도대회가 열린다. KCC는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서명한 84개국 기도대회를 거쳐 궁극적으로 평양 기도회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참가 신청 www.kccnk.or.kr·02-514-8928, 8986, 8988).

23일 통곡기도대회의 산파인 KCC 전국 간사 손인식(孫仁植·58) 미국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 베델한인교회 담임목사를 만났다. 막 서울에 도착한 그에게 ‘왜 하필이면 통곡기도대회냐’는 질문부터 던졌다.

“2004년 초 신학교 동창인 미국인 목사에게서 들은 한마디 말이 비수처럼 저의 심장을 찔렀어요. 중국 옌볜(延邊) 일대를 방문하고 돌아온 그가 전화로 ‘너의 민족이 참으로 끔찍하게 살더라. 동족인 너희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 침묵도 죄라는 것을 모르느냐’고 하는 겁니다.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우리가 가장 중요한 기도를 하지 않고 뭘 하고 있었나 하고 말입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에 구호물자 보내기 운동을 해 왔지만 정작 ‘기도’를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쌀, 돈, 약, 책, 신발, 안경, 심지어 사람까지 보냈어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북한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거예요. 마치 그 안에 모든 것을 삼켜 버리는 불가사리가 사는 것처럼.” 그렇게 보낸 물자가 10년간 100만 달러(약 10억 원)어치가 넘는다.

“사람들은 제일 중요한 것을 가장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있어요. 저도 그랬어요.” 손 목사는 곧바로 기도를 준비했다.

통곡기도대회라는 이름은 세 번이나 방문했던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에서 따왔다. 그는 2004년 9월 통곡기도대회 창립대회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날 미국과 캐나다에서 1565명의 목사가 모였어요. 내가 미국서 34년째 살고 있고 목사가 된 지도 27년이 됐지만 그렇게 많이 모인 걸 본 적이 없어요. 큰 교단 총회라고 해야 고작 300여 명이 모이지요. 목사 모으기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고 하는데….(웃음) 그때 모두들 마음이 하나라는 걸 느꼈어요.”

불을 지피니 불길은 바람 부는 가을 들판으로 번져 가는 듯했다. 1년 반 동안 전 세계 8700여 개의 한인교회 중 2300여 개가 KCC에 동참했다. 미주 12개 대도시를 순회하며 통곡기도대회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손 목사는 한인교회의 뭉친 힘을 북한인권법안이 통과할 때 느꼈다고 했다. 법안 통과를 막판까지 반대하던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통곡기도대회 소식을 접하고 다 돌아선 것. 북한인권법안은 2004년 9월 만장일치로 미 상원을 통과했다.

언제까지 통곡기도대회를 할 것이냐고 묻자 손 목사는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에 맞춰 한국과 세계 각 대륙에서 일제히 기도대회를 열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렇게만 되면 올림픽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있는 중국 지도부도 탈북자 인권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 대회를 두 달밖에 준비하지 않았지만 예상외의 호응에 정말 놀랐어요. 생명이라는 인류 보편의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역사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시청이나 광화문 일대에서 시위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에서 하나님 앞에 북한 동포를 살려달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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