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낮방송 튼것 또 틀고 TV ‘ON’… 짜증 ‘UP’

  • 입력 2006년 1월 2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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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일 시작된 KBS, MBC, SBS 지상파 TV의 낮방송이 당초 우려했던 대로 재방송과 연예 오락 프로그램 위주로 흐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3사가 배포한 9∼13일 낮방송(낮 12시∼오후 4시) 편성표를 분석한 결과 오락 프로그램의 비율이 최고 60% 가까이 올라가고 재방송도 최고 4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16∼20일 편성도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낮방송 실시 때 내세웠던 장애인 등 소외 계층을 위한 프로그램 제공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채 전파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방송과 연예오락 편중=KBS2의 경우 9∼13일 낮 12시부터 1시간 반 동안 오락 프로그램인 ‘감성매거진 행복한 오후’와 오후 2시 50분부터 ‘상상플러스’ ‘스타골든벨’ 등 인기 오락 프로그램 재방송을 내보내고 있어 오락 프로그램 비중이 무려 59.2%였다. 방송위원회가 낮방송을 허가할 때 권고했던 ‘오락 프로그램 편성 30% 이내’라는 기준에 2배 가까운 수치다.

재방송 비율 역시 35.8%로 높다. 더구나 KBS2는 낮방송 시작 직전인 오전 11시대에 드라마 ‘황금사과’와 ‘부모님 전상서’를 내보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재방송 비율은 52%로 뛰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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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은 낮방송 시간엔 오락 드라마를 편성하지 않았지만 오후 4시 5분부터 1시간 동안 드라마 재방송을 내보내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MBC의 경우 재방송률이 43%에 이른다. MBC는 오락 프로그램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드라마와 오락을 함께 계산하면 26.7%에 이른다. 그러나 교양으로 분류된 ‘톡톡톡! 오후 2시’(월∼수)의 경우 다이어트, 요리, 연예인 초대 등 교양과 거리가 먼 내용이 많고 KBS2가 오락으로 분류한 ‘감성매거진…’과도 차별성이 없다.

SBS는 재방송 비율 22.9%에 오락 드라마 비율이 13.8%로 KBS, MBC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방송 소외 계층을 위한 특화된 편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KBS의 한 관계자는 “낮방송이 11월에 갑자기 추진돼 한 달 만에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준비할 수 없었다”며 “봄 개편 때까지는 현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률 2%, 광고 판매율 10%대=재탕 방송과 급조된 프로그램 탓에 낮방송 시청률은 저조하다. 지난해 12월 1일∼1월 18일 낮방송의 평균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은 KBS2 2.3%, SBS 2.1%, KBS1 2.1%, MBC 2.0%에 그치고 있다. 오전 6시∼낮 12시의 오전 방송의 경우 뉴스시간대가 7∼8%대, 나머지 시간대가 5%대를 유지하는 것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낮방송의 광고 판매율도 평균 10%에 불과해 광고 매출액은 방송사별로 월 2억 원 안팎이다. 일부 프로그램은 광고가 아예 붙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낮방송 광고 매출액은 MBC가 2억2000만 원, KBS2가 2억 원, SBS가 1억8000만 원대로 총 6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방송위가 예상했던 월 30억 원의 20% 수준.

한상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모니터팀장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새로 넣은 오락 프로그램 재방송을 장애인용 프로그램이라고 할 정도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편성을 하고 있다”며 “재방송과 오락 프로그램의 범람은 준비 없이 무조건 낮방송 시간대를 확보하자는 방송사의 욕심이 불러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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