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싸움꾼 바다거북 무서웠어요” 63시월드 수중 체험기

  • 입력 2006년 1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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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시월드는 여성 스쿠버다이버들이 수조 안에서 봉과 손수건으로 펼치는 마술쇼를 새로 마련했다. 기자(가운데)가 수중 마술쇼 체험에 나섰으나 푸른 바다거북의 방해로 물러나야 했다.
63시월드는 여성 스쿠버다이버들이 수조 안에서 봉과 손수건으로 펼치는 마술쇼를 새로 마련했다. 기자(가운데)가 수중 마술쇼 체험에 나섰으나 푸른 바다거북의 방해로 물러나야 했다.
“네로만 조심하면 돼요.”

처음 잠수를 경험하는 기자에게 63시월드 스쿠버다이버 박선숙 씨는 ‘푸른 바다거북’을 가리키며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네로란 이름답게 이 거북은 괭이상어 줄전갱이 가오리 능성어 등 대형어를 비롯해 30종 2000여 마리가 사는 대형 수조에서 손꼽히는 싸움꾼. 걸핏하면 물고기들과 ‘결투’를 벌이거나 병들고 약한 물고기들을 공격한다고 한다.

“호기심이 많아 다가올 겁니다. 아귀 힘이 세서 물리면 큰일 나니 가까이 오면 발로 차세요.”

함께 잠수한 스쿠버다이버 박선경 씨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수족관의 둘레는 42m로 200t의 물이 초당 10m의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깊이는 210cm. 물속으로 들어가자 차가운 느낌이 온몸에 퍼졌다. 물살이 예상보다 빨라 몸의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다. 침입자가 들어왔는데도 물고기들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있어 도망가지 않았다. 물고기들은 수족관 밖에서 보던 것보다 크고 빠르고 거칠었다.

앞서 가는 두 스쿠버다이버를 따라 헤엄쳐 나아갔다. 기자와 스쿠버다이버들이 헤엄치는 주위에는 물고기들이 맴돌았다. 몇 초나 지났을까. 맴돌던 물고기들이 사라졌다.

2∼3m 앞에 네로가 나타난 것.

“큰일났다”는 말이 나오려다가 산소 호흡기를 꽉 물고 있어야 한다는 말 때문에 쑥 들어갔다. 네로는 기자 근처로 다가왔다. 녀석을 쫓기 위해 한 명의 스쿠버다이버는 기자 앞에, 다른 스쿠버다이버는 기자 뒤로 갔다. 이들은 네로를 발로 차고, 밀치기도 하면서 조금씩 기자를 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관람객들에게 수중 마술을 보여 주는 곳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기자와 두 스쿠버다이버는 봉과 손수건을 이용해 수중 마술을 연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네로가 발로 차고 밀쳐도 주위에서 떠나려 하지 않았다.

스쿠버다이버들과 기자는 마술 연습을 하는 대신 네로와 실랑이를 해야 했다. 스쿠버다이버 중 한 명이 기자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도저히 안 되겠으니 물 밖으로 나가자는 신호다.

“우리끼리면 네로를 피해 가며 연습할 수 있는데, 초보이신 분(기자)이 위험하니 안 되겠어요. 연습 더 하고 나중에 다시 도전하세요.”(박선숙)

“다시 한번 해 보면 안 되겠느냐”고 말했으나 속으로는 차가운 물과 네로에 대한 두려움으로 박 씨의 말이 반가웠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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