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淸末 도시를 무너뜨린 여인의 사랑… ‘경성지련’

  • 입력 2006년 1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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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지련(傾城之戀)/장아이링 지음·김순진 옮김/375쪽·1만 원·문학과지성사

장아이링(張愛玲)은 199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뒤에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한 중국 작가다. 그녀는 국내에선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영화 ‘반생연(半生緣)’ ‘붉은 장미, 흰 장미’ ‘경성지련(傾城之戀)’의 원작자라고 하면 알기 쉽다.

그녀가 중국에서 늦게서야 호평을 받았던 건 그녀가 195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영주권자가 되었으며 중국 공산당 정부와 뜻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집단보다 개인에게 시선을 주었으며 “사람들은 전쟁이나 혁명보다 사랑을 할 때 더욱 진실되고, 자율적으로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유소년기는 불우했다. 청나라 말기의 대신인 이홍장의 외증손녀로 태어났지만 아버지는 과거 준비로 젊은 시절을 보내다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아편중독자가 됐고 어머니는 가출해버렸던 것이다. 봉건시대에 머물고 있는 가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다양한 여성의 솔직한 얼굴들을 담고 있는 것이 그녀의 소설 세계다.

‘경성지련’은 이혼하고 친정에 얹혀사는 바이류쑤(白流蘇)가 홀아비의 비참한 후처가 될 게 뻔한 운명을 박차고, 여동생에게 소개되려 했던 동남아의 거부 화교와 결혼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다. ‘경성지련’이란 홍콩이 영국에 함락되던 시절 이들이 홍콩에서 만났던 데서 나온 제목이며 ‘도시를 무너뜨린 사랑’쯤으로 옮길 수 있다. 단편집인 이 책에는 이 밖에 6편이 더 실렸는데 ‘황금 족쇄’ 역시 대표작이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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