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산책]입속의 성감대… “너희가 性을 알아”

  • 입력 2006년 1월 1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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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영화의 고전 ‘목구멍 깊숙이’의 제작 과정과 뒷 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딥 스로트’. 사진 제공 프리비젼
포르노 영화의 고전 ‘목구멍 깊숙이’의 제작 과정과 뒷 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딥 스로트’. 사진 제공 프리비젼
‘쉬리’ ‘서편제’ 등을 수입하고 영화도 만드는 재일교포 이봉우씨가 운영하는 일본 영화사 시네콰논이 직영하는 서울 명동 CQN 극장이 개관작으로 이색적인 작품 2편을 골랐다. 명동 밀리오레 근처 캣츠21을 리노베이션해 90∼140석 규모 5개관으로 문을 여는 CQN 명동은 한국영화 ‘야수’ ‘작업의 정석’과 함께 스페인 영화 ‘죽여주는 여자’와 사회성 짙은 미국 다큐 영화 ‘인사이드 딥 스로트’를 내건다. 1개관은 2월경 일본 영화 전문 상영관으로 운영한다.

12일 개봉하는 ‘죽여주는…’와 ‘인사이드…’는 성(性)에 대해 노골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같지만, 단순한 포르노가 아니라 성을 코드로 한 사회비판적, 인문학 적 성찰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관이 지향하는 색깔을 드러낸다.

▽인사이드 딥 스로트(Inside deep throat)=‘목구멍 깊숙이’로 번역되는 이 영화는 ‘영화에 대한 영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1972년 미국서 개봉한 원작을 토대로 영화 제작 과정과 뒷이야기를 담았다. 원작 ‘목구멍 깊숙이’는 포르노 영화의 고전이다. 개봉 당시 파격적인 소재와 함께 미국 극장에서 개봉한 최초의 포르노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줄거리는 자신의 성감대가 입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한 중산층 여성이 성에 탐닉한다는 것으로 간단하다. 그러나 대담한 묘사와 여성의 성욕을 솔직하게 그려냈다는 점 외에도 제작비 2만5000달러 저예산으로 당시 미국사회의 화두였던 성적 해방과 여성 평등, 기성 사회에 대한 냉소를 그려내 흥행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뒷이야기들이 묶여 또 다른 영화가 만들어질 정도로 숱한 화제를 낳았다. 개봉 2년 뒤 포르노 규제가 생기면서 이 영화가 본보기가 되어 남자 주인공이었던 림스가 구속에까지 이르지만, 곧바로 닉슨 대통령이 익명의 제보자 ‘딥 스로트’에 의해 알려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나자 이 영화는 표현자유의 한계를 깬 ‘신화’가 된다.

그러나 몇 년 뒤 페미니즘 물결이 일면서 포르노 영화가 여성들의 적으로 몰리게 되었고 다시 이 영화는 표적이 되고 여주인공 러브레이스까지 페미니즘 진영에 가담한다.

이번에 소개되는 ‘목구멍’은 미국 HBO 다큐 제작진이 배우와 스태프, 당시 파장과 관련된 사람들을 2년간 인터뷰한 육성을 통해 풍성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사회 문화적으로 화두를 던졌던 하나의 문화상품을 단지 일회적인 소비가 아니라 영혼을 가진 생명으로 보고 그것의 변화와 파장, 관계를 되짚어 보는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지루한 삶의 탈출구로 섹스를 택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블랙 코미디 터치로 담아낸 ‘죽여주는 여자’. 사진 제공 프리비젼

▽죽여주는 여자=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 작은 마을을 무대로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루한 삶의 탈출구로 섹스를 택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줄거리다. 관능적인 20대 여주인공 마리벨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욕망에 솔직하다는 것. 딸보다 어린 여자를 탐하는 늙은 제빵사, 이 제빵사의 돈이 탐나 죽이려고 하는 여자의 애인, 치과의사인 남편이 어린 여자의 몸을 산다는 것을 알고 이혼한 제빵사의 딸 등 황당한 인물들의 삶은 실화라고 한다.

섹스가 코드이긴 하지만,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삶의 ‘얼토당토함’과 ‘예측 불가함’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블랙 코미디다. 주인공들의 행동은 상식적인 선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나름대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상황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는 보편성을 느끼게 한다. 캐릭터의 생명력이 떨어지고 스토리가 산만해 완성도 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페넬로페 크루스를 잇는 차세대 여배우라는 마리벨 역의 잉그리드 루비오의 발견은 수확이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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