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말(馬)로 인간을 말(言)하다

입력 2005-12-09 02:58수정 2009-10-0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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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씨가 이끄는 극단 유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어느 말의 이야기-홀스또메르’. 사진 제공 드림25엔터테인먼트
어느 말보다도 더 빨리 달릴 수 있었지만 단지 얼룩박이(잡종)라는 이유로 천대를 받았던 말, 사랑하던 암말을 순종 말에게 빼앗기고 거세당한 뒤 좌절해야 했던 말, 하지만 운 좋게 공작의 눈에 띄어 한때 명성을 날리던 경주마, 그러나 부상과 함께 다시 쓸모없는 말로 전락해 늙고 병들어 죽음을 앞둔 말, 홀스또메르….

말(馬)을 통해 인간을, 그리고 우리네 삶을 이야기하는 우화극 ‘어느 말의 이야기-홀스또메르’가 9일 2년 만에 다시 막을 올린다. 원작은 톨스토이의 우화 ‘어느 말 이야기’.

1997년 초연된 이래 이번이 네 번째. 초연 때부터 매번 무대에 올려질 때마다 ‘홀스또메르’를 열연하며 “그가 하는 말(馬)은 더는 말(言)이 필요없다”는 호평을 들었던 배우 유인촌이 이번에도 다시 이 역할을 맡아 오랜만에 무대에 선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홀스또메르를 ‘화려한 말’이라 부르며 그의 뛰어난 능력을 알아봐준 새 주인 세르홉스키 공작. 새 주인 밑에서 그는 짧은 행복과 성공을 누리지만 결국은 다시 마구간 신세가 되고 주인인 공작 역시 비참하게 몰락해 간다. 늙고 초라해진 공작은 마구간에서 홀스또메르와 재회하지만 그는 자신이 한때 ‘화려한 말’이라 부르던 홀스또메르를 알아보지 못한다.

“…내가 초라하고 불구가 된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자네들도 알아야 해, 언젠가는 자네들도 늙는다는 것을.”

“우리는 중후하게 늙을 수도, 추하게 늙을 수도, 가련하게 늙을 수도 있습니다.”

“산다는 것이 슬퍼…단지 사는 데 지쳐 있을 뿐이야!”

홀스또메르의 입을 빌려 펼쳐지는 사랑과 아픔 그리고 늙음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새 말이 아닌 우리의 인생 이야기로 관객들의 마음 한쪽을 아프게 찌른다.

어느덧 삶을 뒤돌아볼 나이의 관객들에겐 감동의 울림이 더 클 듯하다.

연극에 가까운 노래극이어서 초연부터 줄곧 무대에 올려질 때마다 ‘연극 홀스또메르’로 알려져 온 작품이었지만 요즘 뮤지컬이 ‘대세’인 추세에 맞춰 올해는 ‘뮤지컬’이라는 간판을 달고 찾아 왔다. 물론 ‘연극’에서 ‘뮤지컬’로 간판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그대로다.

유인촌이 이끄는 극단 유의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 극단 유 출신인 영화배우 김수로를 비롯해 낯익은 얼굴들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18일까지. 화∼금 8시, 토 3시 7시, 일 3시.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2만∼5만원. 02-515-0589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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