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사실상 폐지]“국민반감 위험수위” 꼬리자르기

  • 입력 2005년 12월 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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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진행자 최승호PD·사진)은 1990년 5월 다국적기업의 횡포를 다룬 ‘피코 아줌마 열 받았다’를 시작으로 지난달 29일까지 660회 방영됐지만 황우석 교수팀 소속 연구원에 대한 협박 취재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영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PD수첩(진행자 최승호PD·사진)은 1990년 5월 다국적기업의 횡포를 다룬 ‘피코 아줌마 열 받았다’를 시작으로 지난달 29일까지 660회 방영됐지만 황우석 교수팀 소속 연구원에 대한 협박 취재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영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예상은 했지만 충격이다.”

7일 ‘PD수첩’ 방영 중단 소식을 들은 MBC 직원들의 반응이다.

MBC 관계자는 “PD가 제작하는 탐사 프로그램이 부활하더라도 PD수첩과는 이름과 형식을 다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PD수첩 방영 중단으로 MBC는 올해 들어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 사실은’(1월), ‘음악캠프’(8월), ‘가요콘서트’(10월) 등 물의를 빚은 프로그램 4개를 폐지하게 됐다.

▽발 빠른 폐지 결정, 왜?=MBC에선 주 초만 해도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PD수첩 폐지 여론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적지 않았다. 취재 윤리를 어긴 것은 문제지만 그간 PD수첩의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영진은 PD수첩 존폐를 두고 더 시간을 끌다가는 국민적 반감이 커져 자칫 회사의 존립이 위험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판단의 배경에는 시청률 급락이 있다. 일례로 메인뉴스인 9시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PD수첩팀의 강압 취재에 대한 사과 방송을 한 4일 9.9%(TNS미디어코리아 조사)였으나 5일 7.6%, 6일 5.8%로 급격히 떨어졌다.

MBC 제작진이 현장에서 느끼는 차가운 시민 반응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MBC 취재진은 6일 오전 서울대 수의대에서 열린 ‘1000명 난자기증 의사 전달식’에서 행사장 밖으로 쫓겨났다. MBC 로고가 새겨진 카메라와 차량을 보면 욕설을 퍼붓는 시민들도 있을 정도다.

경영진은 PD수첩 폐지 조치와 9일 인사위원회를 통한 관련자 징계의 수순을 밟아 이번 사태를 일단락하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MBC 안팎에서는 최문순(崔文洵) 사장이 7일 임원회의에서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2월 주주총회 때 평가받겠다”고 거취를 밝힌 것은 ‘현시점에서의 사퇴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MBC 내부에서는 회사가 총체적 위기에 빠진 책임을 최 사장이 져야 한다는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한 중견간부는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으로 PD수첩을 폐지하는 수준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것은 미봉책”이라고 지적했다.

▽PD수첩의 빛과 그림자=PD수첩은 1990년 5월 8일 다국적기업의 한국 여성 노동자 무단 해고를 다룬 ‘피코 아줌마 열 받았다’를 첫 회로 방영했다. 이후 동료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파키스탄인 2명의 항변을 담은 ‘나는 살인범이 아니다’(1997년 3월 25일)로 제1회 앰네스티 대상을 받는 등 인권 옹호와 감시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높였다.

그러나 PD수첩 제작진이 방영 10주년인 2000년 ‘PD수첩과 프로듀서 저널리즘’에서 고백했듯이 방송 내용의 객관성 등과 관련해 ‘가장 많은 소송, 가장 고액의 재판에 계류 중인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16년간 PD수첩을 거쳐간 PD는 70여 명. 그 중에는 최 사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진용(崔震溶) 시사교양국장, 정길화(鄭吉和) 홍보심의국장 등도 있다. 그러나 PD수첩이 쌓아온 화려한 성과와 신뢰는 잘못된 취재 관행이 드러나면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검찰 PD수첩팀 수사 착수▼

검찰이 황우석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줄기세포 연구 문제를 보도한 MBC PD수첩팀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7일 PD수첩 팀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의약 관련 수사 담당인 형사2부(부장 임권수·林權洙)에 배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에 전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약 전문 부서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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