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쇼팽 피아노 협주곡의 밤’ 30일 예술의 전당서

  • 입력 2005년 11월 25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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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김대진(왼쪽)과 베트남 출신 피아니스트 당타이손. 사진 제공 마스트 미디어
지휘자 김대진(왼쪽)과 베트남 출신 피아니스트 당타이손. 사진 제공 마스트 미디어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은 지휘자가 선뜻 연주하기 꺼리는 곡이다. 피아니스트가 자유롭게 템포를 변화시키며 화려한 테크닉을 뽐내는 ‘루바토’ 부분이 많고, 오케스트라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동양인 최초의 쇼팽콩쿠르 우승자인 당타이손이 연주하고, 한국의 대표적 피아니스트 김대진이 지휘한다면?

3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의 밤’은 쇼팽 팬들에게 은근히 기대되는 연주회다. 누구보다 개성 강한 ‘쇼팽 스페셜리스트’ 당타이손과 피아니스트를 가장 자유롭게 해줄 지휘자 김대진이 함께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베트남 출신 피아니스트 당타이손은 1980년 동양인 최초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 그가 이보 포고렐리치를 제치고 우승했을 때 세계는 깜짝 놀랐다. 전쟁의 참화를 겪었던 베트남 출신의 연주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전쟁 도중에도 하노이 국립음악원 교수였던 어머니 덕에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다.

“일곱 살 때 전쟁 때문에 산속으로 피란을 갔어요. 들소를 이용해 피아노를 끌고 산으로 옮기는 데 무려 한 달이나 걸렸죠. 도착해서 보니 피아노가 다 부서지고 비를 맞아 소리도 안 나는 처참한 상태였어요. 해만 뜨면 피아노를 말리고 악보도 없어 손으로 베껴 써야 하는 열악한 조건이었지만 매일 연습을 쉬지 않았죠.”

당타이손은 “베트남을 떠나 러시아 일본을 떠돌며 산 지 30년이 지났지만 1991년 캐나다로 이주한 이후에야 비로소 ‘아 이제 자유로구나’하는 느낌이 들었고, 나만의 주체적 표현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지난봄 수원시향과의 연주회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김대진은 KBS교향악단 전용우 악장을 비롯해 자신이 직접 기획한 중견 연주자들로 구성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당타이손은 김 씨의 지휘 아래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 2번’과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폴로네이즈’를 연주할 예정이다. 3만∼9만 원. 02-541-6234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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