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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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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새로 펴낸 첫 장편소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창해)에도 이런 대화가 나온다. “저 물이 넘쳐서 홍수가 나던 시절이 있었다면서요? 그 시절에 저기, 물 나가는 문이 있었다면서요? 저렇게 도랑물처럼 흐르는데 곧 잉어가 살게 될 거라면서요? 진짜 그렇게 되면, 아저씨랑 나랑 잉어 잡으러 와요.”
10월 1일 청계천 복원 공사가 완공되면 첫선을 보이게 될 청계천의 다리 ‘오간수교’가 서 씨 소설의 소재다. 그는 서울시와 한국소설가협회가 기획한 ‘맑은 내 소설선(選)’의 하나로 이 작품을 썼다. 이 기획에는 서 씨 외에도 이승우 박상우 김별아 씨 등 작가 11명이 참여해 청계천의 다리 11개를 소재로 1편씩 장편소설을 쓴다. 파리의 센 강 위를 가로지르는 미라보 다리나 퐁뇌프처럼 청계천의 새 다리들이 문화적 코드로 부활할 수 있을지 눈길을 모으는 시도다.
서 씨는 “이름에 끌려 ‘오간수교’를 선택했다”고 했다. 동대문 근처에 있는 이 다리의 원래 이름은 ‘오간수문’. 물이 통하는 5개의 수문(水門)이라는 뜻이다. 서 씨는 “옛날 백성들이 밤에는 슬쩍 이 수문을 통해서 성문 안으로 들어서곤 했다. 임꺽정도 드나들었다더라”라고 말했다.
이 ‘오간수교’를 오가는 사람들 가운데 채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마흔을 앞두고도 노총각으로 지내는 이정원이 있다. 바로 서 씨의 소설 속에 나오는 의류사업가다. 그러나 정작 그의 마음을 앗아간 김연수의 결혼 생활은 온기가 빠져나간 지 오래다. 남편 정지섭은 쉬지 않고 바람을 피우는데 어느 날은 남편의 애인이 대담하게 김연수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이 도발을 맞받아치는 대사는 김연수가 아주 단단한 사람임을 보여 준다. “이 전화, 안 받은 걸로 하겠어요. 모르시는 모양인데, 나는 그 사람(남편)의 연애에 끼어들지 않아요.”
이런 김연수에게 어느 날 흰 장미들이 배달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에게서. 이 꽃들이 시들 만하면 새 꽃들이 배달된다.
서 씨는 “이미 복원된 오간수교를 하루 종일 건너고 건넌 적이 있지만 정작 그게 내가 찾던 바로 그 오간수교라는 걸 몰랐다”며 “늘 찾아 헤매는, 찾았지만 찾은 줄 모르는 사람들의 버리지 못한 꿈을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주변에서 다른 사람들의 ‘스캔들’이 들려올 때가 있어요. 그런데 나 스스로 전보다 훨씬 더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걸 발견하곤 하지요. 날이 갈수록 사랑의 느낌이 귀해지는 것 같아요.”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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