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배경 소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펴낸 서하진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첫 장편소설인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마무리 지은 서하진 씨. 그는 '다음 장편은 나쁜 여자에 대한 것이다. '착하게 살기 이데올로기'를 깨는 여자를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첫 장편소설인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마무리 지은 서하진 씨. 그는 '다음 장편은 나쁜 여자에 대한 것이다. '착하게 살기 이데올로기'를 깨는 여자를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새로 흐르는 청계천의 물결을 내려다보며 작가 서하진(46) 씨는 “물이 맑네요. 벌써 물이끼도 저렇게 파랗고…”라고 말했다. 그가 디디고 선 천변의 깨끗한 포석들이 늦여름의 햇살에 하얗게 빛났다. 서 씨는 “저 아래쪽에는 큰 물고기들이 나온다던데, 아직 보러 가지는 못했어요”라며 동대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가 새로 펴낸 첫 장편소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창해)에도 이런 대화가 나온다. “저 물이 넘쳐서 홍수가 나던 시절이 있었다면서요? 그 시절에 저기, 물 나가는 문이 있었다면서요? 저렇게 도랑물처럼 흐르는데 곧 잉어가 살게 될 거라면서요? 진짜 그렇게 되면, 아저씨랑 나랑 잉어 잡으러 와요.”

10월 1일 청계천 복원 공사가 완공되면 첫선을 보이게 될 청계천의 다리 ‘오간수교’가 서 씨 소설의 소재다. 그는 서울시와 한국소설가협회가 기획한 ‘맑은 내 소설선(選)’의 하나로 이 작품을 썼다. 이 기획에는 서 씨 외에도 이승우 박상우 김별아 씨 등 작가 11명이 참여해 청계천의 다리 11개를 소재로 1편씩 장편소설을 쓴다. 파리의 센 강 위를 가로지르는 미라보 다리나 퐁뇌프처럼 청계천의 새 다리들이 문화적 코드로 부활할 수 있을지 눈길을 모으는 시도다.

서 씨는 “이름에 끌려 ‘오간수교’를 선택했다”고 했다. 동대문 근처에 있는 이 다리의 원래 이름은 ‘오간수문’. 물이 통하는 5개의 수문(水門)이라는 뜻이다. 서 씨는 “옛날 백성들이 밤에는 슬쩍 이 수문을 통해서 성문 안으로 들어서곤 했다. 임꺽정도 드나들었다더라”라고 말했다.

이 ‘오간수교’를 오가는 사람들 가운데 채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마흔을 앞두고도 노총각으로 지내는 이정원이 있다. 바로 서 씨의 소설 속에 나오는 의류사업가다. 그러나 정작 그의 마음을 앗아간 김연수의 결혼 생활은 온기가 빠져나간 지 오래다. 남편 정지섭은 쉬지 않고 바람을 피우는데 어느 날은 남편의 애인이 대담하게 김연수에게 전화를 걸어온다. 이 도발을 맞받아치는 대사는 김연수가 아주 단단한 사람임을 보여 준다. “이 전화, 안 받은 걸로 하겠어요. 모르시는 모양인데, 나는 그 사람(남편)의 연애에 끼어들지 않아요.”

이런 김연수에게 어느 날 흰 장미들이 배달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에게서. 이 꽃들이 시들 만하면 새 꽃들이 배달된다.

서 씨는 “이미 복원된 오간수교를 하루 종일 건너고 건넌 적이 있지만 정작 그게 내가 찾던 바로 그 오간수교라는 걸 몰랐다”며 “늘 찾아 헤매는, 찾았지만 찾은 줄 모르는 사람들의 버리지 못한 꿈을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주변에서 다른 사람들의 ‘스캔들’이 들려올 때가 있어요. 그런데 나 스스로 전보다 훨씬 더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걸 발견하곤 하지요. 날이 갈수록 사랑의 느낌이 귀해지는 것 같아요.”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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