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다시보는 DMZ’ 제작한 사계절B&C賞 가로채기 당해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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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7월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다시 보는 DMZ’에 나왔던 크레디트(왼쪽)와 이 프로그램을 강원도와 공동 제작했다고 밝힌 자막. 크레디트에 원 제작사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으며 자막은 사실 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SBS TV화면
SBS가 7월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다시 보는 DMZ’에 나왔던 크레디트(왼쪽)와 이 프로그램을 강원도와 공동 제작했다고 밝힌 자막. 크레디트에 원 제작사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으며 자막은 사실 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SBS TV화면
SBS가 외주 제작사가 만든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면서 제작사의 이름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고 제작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와 공동 제작했다는 허위 자막까지 내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SBS는 지난달 12, 19, 26일 3부작 다큐멘터리 ‘다시 보는 DMZ’를 방영했다. SBS는 이 다큐멘터리가 시청자의 호평을 받자 27∼29일 재방영했다.

당시 SBS는 다큐멘터리 방송 말미에 ‘기획 SBS, 제작 GTB’라는 크레디트와 ‘이 프로그램은 DMZ 60년 사업의 일환으로 강원도와 공동 제작하였습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그러나 이 같은 크레디트와 자막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실제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주장.

‘다시 보는 DMZ’는 외주 제작사인 사계절B&C와 강원대 산하 BR미디어프로덕션이 강원민방(GTB)의 제작 의뢰를 받아 1년여 동안 비무장지대(DMZ)의 풍광을 담은 것이다.

GTB는 6월 이 프로그램을 처음 방영했으며 SBS는 이 프로그램을 저작권자인 GTB에서 구입해 방영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주체에 따라 ‘기획’은 바뀔 수 있지만 ‘제작’은 원제작자의 이름을 밝혀주는 것이 관례”라며 “따라서 SBS는 ‘기획 SBS, 제작 사계절B&C’라고 자막을 내보냈어야 맞다”고 말했다.

저작권 소송 전문인 홍승기 변호사는 “SBS가 방송 프로그램의 원제작자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은 마치 출판사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책에서 지은이의 이름을 빼버린 것과 같다”며 “저작권 중 성명표시권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홍 변호사는 “저작권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방송 제작사의 크레디트를 어디에, 어떤 크기로 배치하느냐를 계약서에 명기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크레디트를 하찮게 여기는 국내 방송계의 관행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GTB 관계자는 “‘강원도와 공동제작’ 자막은 GTB 고위 간부가 SBS 쪽에 부탁해서 삽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막 부분은 사계절B&C 쪽에 이미 사과했다”고 말했다.

SBS는 크레디트에 관해 “(원제작자가 있더라도) 구매를 GTB에서 했기 때문에 제작을 GTB로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강원도 공동 제작’ 자막 삽입은 우리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한편 ‘다시 보는 DMZ’는 1일부터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 등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평화축전의 부대행사 ‘2005 세계평화영상페스티벌’에서 대상(대통령상)을 받았으나 수상자가 제작사가 아닌 GTB로 선정돼 논란을 빚고 있다. GTB는 수상 관련 보도자료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해 ‘자체 제작한’이란 표현을 썼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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