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28>肉(고기 육)

  • 입력 2005년 7월 2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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肉은 살결이 갖추어진 고깃덩어리를 그렸으며, 이후 따로 쓰거나 상하 구조에는 肉, 좌우구조에는 月(달 월)로 구분해 썼다. 肉이 둘 중복되면 多(많을 다), 손(又·우)에 고기를 쥔 모습이 有(있을 유)이다. 이처럼 肉은 소유의 상징이었으며, 뼈와 살로 구성된 몸의 특징 때문에 각종 신체 부위를 지칭한다.

먼저 신체 부위를 말한 것으로, 肝(간 간)은 생명을 유지하는 근간(干·간)임을, 臆(가슴 억)은 마음(意·의)을 담아 두는 부위임을, 腺(땀샘 선)은 땀이 샘(泉·천)처럼 솟아나는 곳임을 뜻한다. 脣(입술 순)은 입술의 이미지를 조개(辰·신, 蜃의 본래 글자)에서 가져왔고, 腦(뇌 뇌)는 원래 머리(신·신)에 머리칼(천·천)이 더해진 모습이었으나 이후 肉이 추가되었다.

또 胸(가슴 흉)은 凶(흉할 흉)에서 출발했는데, 凶은 영혼이 육체에서 분리되도록 ×자 모양의 칼집이나 무늬를 시신의 가슴에 새겼던 것으로 이후 사람을 뜻하는 인(사람 인)과 포(쌀 포)가 더해져 兇(흉악할 흉)과 匈(오랑캐 흉)이 되었고 다시 肉이 보태져 胸이 되었다.

한편, 고기는 귀하고 맛난 음식이었다. 膾炙(회자·널리 입에 오르내림)는 고기 먹는 법에서 나왔는데, 膾는 생고기를 한데 모은(會·회) 모습을, 炙는 불(火·화)에 굽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膳(반찬 선)은 고기가 대표적 선물임을, 肴(안주 효)는 여러 고기를 한데 섞어(爻·효) 만든 ‘안주’를 말한다.

하지만 고기는 기름이 들었거나 뼈에 붙은 것이 최고다. 膏(기름 고)는 기름기가 적당히 든 고기가 최고(高·고)라는 뜻이다. 또 肯(옳이 여길 긍)은 원래 骨(뼈 골)의 생략된 모습과 肉으로 구성되어 ‘뼈(骨)와 붙은 살’을 말했는데, 그 살을 뜯는 즐거움이 상상된다. 그래서 肯에 肯定(긍정)의 뜻이 생겼고, 원래 뜻은 Q(입 다시는 소리 삽)으로 분화했다.

그러나 고기는 쉬 변하고 썩는 법, 腐(썩을 부)는 고기(肉)가 창고(府·부)에 쌓여 ‘썩어 가는’ 모습을, 석(포 석)은 고기를 오래(昔·석) 보존하는 방법이 ‘포’임을 그렸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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