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미 “야성적인 드미트리 멋지죠”
조수미는 지금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 야외공연을 위해 뉴욕에 머물고 있다. “흐보로스토프스키는요…”하는 전화기 저쪽의 목소리에는 호기심과 기대가 묻어나왔다.
―두 번의 내한공연 때 만난 흐보로스토프스키는 ‘고독한 귀공자’ 타입이었습니다. 동료 성악가들에게는 어떻습니까.
“아, 멋있죠. 깊이 얘기를 나눠보지는 못했지만 인간으로서의 느낌도 노래를 들을 때와 같아요. 야성적이고 열정적이고, 우울하면서도 속에서 뭔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느낌….”
―아름답고 경묘하면서도 이지적인 노래를 들려주는 조수미, 청중을 압도해오는 느낌의 흐보로스토프스키. 일종의 ‘미녀와 야수’ 콘셉트의 공연이 되지 않을까요?
“(흠칫) 음…. 둘 다 욕심이 많아요. 그런데 이번 같아서는 제가 조금 ‘여자처럼’ 굴 필요가 있어요. 그쪽이 워낙 남성적이니까. 그러면 무대에서 좋은 효과가 나올 것 같아요.”
● 흐보로스토프스키 “수미는 타고난 배우”
런던 로열 오페라극장에서 ‘리골레토’ 연습 중 e메일로 답을 보내온 흐보로스토프스키는 “수미는 뛰어난 가수이면서 뛰어난 배우”라고 극찬했다.
―성악가로서 조수미 씨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조 씨는 오페라 가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췄습니다. 다른 어떤 가수와도 뚜렷이 구분되는 매력적인 목소리나 성악적 기교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대 위에 선 모습을 보았을 때 비로소 그의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배역에 몰입하는 탁월한 연기력 때문이지요.”
―인간적인 매력도 느끼셨나요.
“매우 열정적이면서 이해심이 깊은 사람입니다. 오페라 가수 중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은데, 그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과 노래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귀를 갖고 있어요. 연습 때도 온몸을 바쳐 연기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 로시니와 베르디의 2중창 화음
이번 공연에서 두 사람은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베르디 ‘리골레토’ 등에 나오는 2중창을 노래한다. 흐보로스토프스키가 노래하는 보로딘 ‘이고르 공’의 아리아, 조 씨가 노래하는 마이어베어 ‘북극성’의 아리아 등 자기만의 독특한 장기곡도 폭넓게 소개한다. 쇼스타코비치가 ‘세계 최고의 실내악단’이라고 극찬했던 모스크바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5만∼20만 원. 02―751―9607∼9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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