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보는 한국 여성의 삶]여성이 먼저 “갈라서자”

  • 입력 2005년 7월 1일 03시 11분


코멘트
《자녀가 있는 여성의 72.1%가 자녀 양육과 집안일 때문에 취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고 자녀가 있는 여성 중 64.9%가 취업 중단 이유로 자녀 양육을 꼽았다. 12.6%는 출산에 따른 직장에서의 불이익 때문이라고 답했다. 맞벌이 가구의 남편과 비(非)맞벌이 가구의 남편이 하루에 가사노동에 사용한 시간은 각각 32분과 31분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가사노동은 주부의 취업과 상관없이 여전히 주부가 떠안고 있는 것. 통계청은 30일 이런 내용의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이란 자료를 냈다.》

○ 결혼과 자녀를 부담으로 느끼는 여성들

자료에 따르면 결혼에 대한 여성들의 견해가 연령이 낮을수록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와 ‘하는 것이 좋다’라는 응답을 합한 결혼 찬성률이 60세 이상의 여성은 86.2%지만 20대는 53.7%, 15∼19세는 46.9%에 그쳤다.

반면 ‘결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응답이 20대는 42%, 15∼19세는 46.4%에 이르고 50대는 19.6%, 60세 이상은 10.3%에 그쳤다.

여성들은 또 취업의 장애요인으로 41.1%가 육아 부담을 꼽았고 다음으로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적 관행 및 제도(21.7%) △불평등한 근로여건(13.2%) △가사 부담(9.2%)을 꼽았다. 1998년 똑같은 조사에서는 31.4%가 육아 부담을 지목해, 육아 부담을 갈수록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 및 별거 제의도 남편(33.6%)보다 주로 아내(66.7%)가 하고 있다.

○ 갈 길이 먼 남녀평등

행정고시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이 2000년 25.1%에서 작년에는 38.4%로 늘고 국회의원 중 여성의 비율이 1992년 1.0%에서 2004년 13.0%로 느는 등 고위직과 전문직에서 여성들의 진출이 늘고 있다.

의사 중 여성의 비율은 18.4%, 치과의사는 21.9%, 한의사는 12.1%, 약사는 62.1%. 여성이 주도적으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구의 비율도 1975년 12.8%에서 2005년 현재 19.5%로 늘었다.

그러나 여성의 72.4%가 사회생활에서 ‘성차별이 있다’고 응답하는 등 남녀평등이 미흡하다고 느끼고 있다. 직장에서는 69.1%, 가정에서는 40.9%, 학교에서는 32.9% 순으로 성차별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취업자 중 전문직과 관리직의 비율이 남성(23.1%)보다 낮은 16.9%며 여성 임금은 남성의 평균 56%에 불과해 여성이 느끼는 성차별 인식은 근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가별 남녀 평등순위에서 한국은 29위에 그쳤으며 같은 유교문화권인 일본은 12위, 중국은 71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