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희 한나라당 의원은 ‘선수가 선수를 알아본’ 경우. 1972년 기술고시 최연소 합격자였던 남편 김형률 씨가 당시 여성 최초 행정고시 합격자였던 전 의원에게 ‘작업 레터’를 보내왔다.
“내 고향은 강릉입니다. 신사임당이 태어난 곳이죠….”
진부했지만 진심이 묻어나는 편지였다. 두 사람은 함박눈이 내리던 그해 겨울 어느 날 첫 만남을 가졌다.
정계 입문의 계기를 제공한 만남도 있다.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MBC 기자 시절 선배였던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정동영 의원(현 통일부 장관)의 중매로 결혼했다. 2년 전 열린우리당 창당 때 “중매해주고 양복 한 벌도 못 얻어 입었다”고 압박하는 정 장관의 청을 거절하지 못해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나서게 됐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대학원 유학 시절 손과 발이 되어 준 선배 김영세(현 연세대 교수) 씨에게 녹아든 경우. 어느 해 크리스마스 때 기숙사 근처의 식당은 문을 닫았고 자동판매기에 음료수마저 떨어져 난감해 할 때 홀연히 나타나 자동차 문을 열고 “타라”고 한 김 교수를 잊지 못한다고 이 의원은 말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읜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노동 운동을 함께하던 남편 황주혁 씨가 프러포즈를 할 때 “고아가 태어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힘을 합쳐야 된다”고 말한 데 감동해 독신으로 살려던 생각을 고쳤다고 한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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