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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5월 20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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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화와 종교를 밑거름으로 한 실험적인 소설들로 뚜렷한 독보성을 확보해 온 작가 박상륭(64) 씨의 다섯 번째 작품집이다. 일련의 중단편이 모여 ‘소설 쓰는 법’이란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를 대단히 탐구적인 방식으로 들려 주고 있다. 세상을 보는 그만의 철학과 종교적 해석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썩 난해하다.
“小說(소설)이라는 개새끼(怪色鬼)는, 어떻게도 갈블 수 없이 雜(잡)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 깊어지는데, 이는 ‘감성과 이성’이, 어지럽게, 그리고 사련적(邪戀的)으로 혼합되어, 학(鶴, 은, 言語의 상징이기도 하거니!)의 털을 뽑고, 시뇨(屎尿)의 가마솥에 넣어 삶는 잡탕이라는 그 생각이(글세, 패관만을 한정해 말이지만) 패관께는 깊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여호와, 사탄, 아담, 카인, ‘짐승의 형상’, ‘사람의 형상’이 등장인물로 나오고, 학술 논문처럼 수십 쪽씩 이어지는 각주가 붙은 이 ‘소설법’을 읽고 나면 소설을 잘 쓸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는 신화와 종교 인류사와 진화론에 관한 작은(小) 설법(說法)을 들은 느낌이 들 것이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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