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은 세계역사상 종교-세속의 최고 권위자

  • 입력 2005년 4월 20일 0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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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권위와 역할은 무엇일까.

우선 호칭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교황은 ‘대제사장’, ‘하느님의 종들의 종’, ‘그리스도의 대리자’,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 ‘로마 대주교’, ‘서방교회의 총대주교’, ‘이탈리아 수석 대주교’, ‘바티칸의 주권자’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호칭이 다양하다. 때론 예수 그리스도의 수제자이자 초대 교황인 베드로의 직업이 어부였던 것에 빗대어 ‘어부의 신발을 물려받은 사람’이라는 은유적 표현도 사용된다.

이 같은 호칭들은 교황이 2000년 동안 세계사에서 절대적 권위와 역할을 행사해 왔기 때문에 생겨났다. 인류 역사상 교황처럼 오랜 기간 종교적 또는 세속적으로 최고의 권력을 누린 자리는 없었다.

교황을 빼고는 세계 정치사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교황은 세속적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근래 들어 교황의 역할이 본래의 종교적인 영역으로 크게 축소됐으나 아직도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은 대단하다.

우선 교황은 11억 가톨릭 신자들을 이끄는 세계 최대 기독교 교파의 법적·정신적 수장이자 세속적으로는 바티칸의 국가원수여서 교황이 임명하는 대사는 주재국에서 바티칸의 전권대사이자 교황의 대리자로서 주재국 각 교회에 대한 감독 임무를 맡는다.

또 윤리, 생명, 분쟁 종식 등 인류의 공공선(公共善)의 문제에 적극 개입해 그 의미를 해석하고 가톨릭 신자들의 행위 규범을 마련한다. 한 예로 요한 바오로 2세는 세계 각국의 낙태, 안락사 등 ‘죽음의 문화’를 강력히 비판했고 수단 내전이나 공산주의 정권 붕괴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따라서 이런 일들은 유엔 사무총장이나 미국 대통령과 같은 세계적 지도자가 하는 일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다만 정치가와 행정가의 차원을 넘어 매우 도덕적이고 성스러울 것을 요구받는다는 게 차이점이다.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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