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구술잡기]‘발견하는 즐거움’

  • 입력 2005년 4월 8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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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나 취업시험에서 면접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말하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독서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말하기’의 바탕이 된다. 좋은 글 읽기를 통해 익힌 논리적 사고력은 체계적인 말하기와 글쓰기로 이어진다. 권희정(철학 논술) 상명대 부속여고 교사가 ‘독서로 구술(口述)잡기’를, 문재용(국어) 오산고 교사가 ‘독서로 논술 잡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발견하는 즐거움/리처드 파인먼 지음·승영조 옮김/320쪽·9800원·승산

말하기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대학 입시뿐만 아니라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도 심층 면접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대입과 취업, 이 두 관문은 학생들의 진로를 결정하는 핵심 열쇠다. 그러나 학교 수업은 말하기보다는 듣기로, 토론보다는 강의로 진행된다. 그래서 학생들은 정작 설득력 있게 말하는 방법을 훈련받기가 어렵다.

명강사의 강연을 접할 기회가 적다면 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석학들의 강연을 수록한 책들은 깊이 있는 지식에 더해 말하기의 과정도 보여준다.

대담집이나 강연록을 읽을 때는 직접 소리 내 말하듯이 읽어 보자. 연기자가 배역에 몰입하듯 독자들도 직접 근사한 강연을 연기해 볼 수 있다. 수준 높은 말하기의 체험과 훈련을 함께하는 셈이다.

이 책은 13개의 강의와 대담으로 이뤄져 있다. 파인먼은 양자 전기역학 분야의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저명한 물리학자이다. 동시에 ‘누구보다도 물리학을 잘 가르치는 사람’으로 통한다.

재치 있는 말솜씨를 가진 파인먼은 물리학자의 눈에 비친 세계가 어떠한지 보여준다. 또 종교 철학 교육에 관한 강연은 과학적 탐구정신이 다른 학문 분야에 미칠 영향도 일깨워 준다. 파인먼은 노벨상의 명예보다 자유롭고 활기찬 과학의 정신을 더욱 중요하게 여겼다. 이 책에는 파인먼의 독특하고 창발적인 사고 때문에 벌어진 재미있는 일화들이 가득하다. 그의 강연을 통해 우리는 쉽고 다양한 사례와 웃음이야말로 설득력의 기본임을 알 수 있다.

파인먼은 아버지와의 일화를 자주 언급한다. 아버지는 화성인이 되거나 아주 조그만 소인국 사람이 되어 파인먼에게 사물을 설명해 준다. 색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데서 호기심이 싹트고 탐구가 시작된다. 파인먼은 ‘의심하고 묻는 것이 내 영혼의 기능’이라고 말한다. 합리적 사고와 자유로운 정신은 토론과 설득의 핵심이다. 우리가 설득력 있게 말해야 하는 이유는 듣는 사람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다. 권위에 의존하기보다 다각도로 논거를 검토하고 재치 있는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파인먼의 강연은 말하기의 내용과 형식을 유쾌하게 훈련할 수 있는 좋은 교본이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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