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우린 앵커 부부, 뉴스가 밥 먹여주죠”

  • 입력 2005년 3월 23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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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앵커가 떴다.

MBC 뉴스투데이(월∼토 오전 6시∼7시 35분)의 주말 앵커 왕종명(32) 씨와 케이블TV MBN ‘뉴스파노라마’(월∼금 오전 5∼7시)의 여성 앵커 윤희정(28) 씨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결혼한 신혼부부. 윤 씨가 6개월 전 프로그램을 맡았고 왕 씨는 19일 처음 마이크를 잡았다.

“제가 방송을 시작했을 때 남편이 ‘앵무새 같이 읽지 말고 무슨 뉴스인지 생각하라, 할머니도 알아듣도록 친절하게 말하라’고 모니터를 해줬어요. 이젠 제가 거꾸로 ‘말투가 너무 딱딱해, 내용 전달에만 신경 쓰지 말고 초등학생도 이해하기 쉽게 전해줘’라고 말해요.”(윤 씨)

“집사람 방송을 모니터할 땐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실제 해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방송 시작을 알리는 ‘큐’ 사인이 들어오는데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방송 시작 30분이 지나서야 조금 여유가 생겼는데 천천히 말하려고 해도 자꾸 말이 빨라져 애를 먹었어요.”(왕 씨)

두 사람은 성균관대 동문으로 왕 씨는 통계학과, 윤 씨는 영문학과를 나왔다. 언론사 시험 준비모임에서 같이 공부하다가 사귀었다.

“주말만 진행하는데 앵커라는 호칭이 아직 부담스럽죠. 30대 초반에 앵커를 맡은 것도 짐스럽고요. 그나마 첫 방송에서 아무 사고 없이 넘어간 게 다행이죠. ‘시사매거진 2580’ 팀에도 속해 있는데 앵커를 맡았다고 기자 일을 소홀히 하고 싶진 않아요.”(왕 씨)

“저는 방송에 대한 부담은 거의 사라졌는데 매끄럽게만 진행하려다 보니 살아 있는 멘트가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고민이에요.”(윤 씨)

두 사람은 아침 뉴스 앵커라서 시청자에게 힘 있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2세 계획은 윤 씨가 대학원(서울대 경영학과)을 마친 2, 3년 뒤에나 생각해 보겠다고. 남편은 매일 오전 4시에 집을 나서는 부인이 안쓰럽고 부인은 앵커 외에 취재까지 해야 하는 남편의 건강을 걱정한다.

부부 앵커가 되면서 안 좋아진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원래 금요일 밤엔 둘이 지인들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는 게 즐거움이었는데 당분간은 힘들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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