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士 여가 엿보기]남중수 KTF 사장

  • 입력 2005년 3월 10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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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수 KTF 사장이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멋진 솜씨로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 사진 제공 KTF
남중수 KTF 사장이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멋진 솜씨로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 사진 제공 KTF
아직 어두운 바깥,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건물에 딱 한군데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무언가 둔탁하게 떨어지는 소리, 휙휙 바람을 가르는 소리도 들린다. 한 사람이 무언가를 열심히 돌리고 던져서 받는 동작을 쉬지 않고 하고 있다.

그는 은색 물체를 천천히 돌려보다가 환하게 웃는다. 칵테일 셰이커다. 어느덧 하늘이 밝아 오고 마침내 아침 연습이 맘에 들었는지 만족한 미소를 짓는다.

남중수(50) KTF 사장. 웬 새벽부터 ‘칵테일 만들기’냐고 의아해 하겠지만, 이른 아침은 그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여가의 시간이다. 오전 5시 반경 사무실에 들어오면 오전 8시까지는 자신만의 시간이다. 아침시간을 이용해 일과 상관없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다보면 갖가지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그의 술 실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술을 조금씩 줄여왔다. 경쟁하듯 마시는 술보다는 분위기와 느낌으로 가볍게 즐기는 술이 훨씬 편해졌다. 그러다보니 한두 잔으로 만족할 수 있는 칵테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내친 김에 아예 칵테일을 직접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 손수 칵테일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베풀 수만 있다면….

그래서 지난해 가을 칵테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새벽 시간을 이용해서다.

어느 정도 수준급에 오른 그가 자주 만들어 보는 칵테일은 ‘신호등’. 붉은색 카시스와 초록색 미도리, 파란색 블루 큐라소 등 세 가지 술을 각각 보드카 등을 넣은 주스와 섞어 적, 청, 녹색의 칵테일을 만드는 것. 세 가지 색이 선명하게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각 음료의 비중을 잘 조절해야 한다.

칵테일을 만드는 동안 보여주는 퍼포먼스 또한 쉽지 않다. 병 밑 부분을 잡고 있다가 옆으로 쓰러뜨려서 순간 병목을 잡는 동작인 병목 잡기, ‘바카디 151’이라는 70도가 넘는 독한 술을 입에 머금었다가 뿜어 불을 붙이는 일명 ‘불쇼’, 다리를 들고 그 밑으로 병을 던져 다시 받는 동작 등….

그는 이런 고난도 동작들을 매일 새벽 몸에 익혀 지난해 말 사원 단합대회 때 멋지게 선보였다. 화려한 조명 아래 번쩍이는 의상을 입고 남 사장이 나타나자 일단 우뢰와 같은 박수. 힘찬 팔 동작과 능숙한 손놀림으로 칵테일을 만들어 선보이자 탄성이 시작됐다.

그의 쇼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비트 있는 음악에 맞추어 현란한 춤과 노래를 이어가며 화려한 무대를 주도했다. 탄성이 다시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마치 유명 가수의 콘서트장에 와 있는 듯 젊은 직원들은 휘파람과 함께 ‘오빠’를 외쳐댔다.

칵테일 쇼가 끝난 후, 그는 숨을 고르며 자신이 직접 만든 칵테일을 따라주며 함께 건배를 나누었다. 평소 닦아둔 칵테일 실력 덕분에 직원들과 하나가 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일상이 시작되기 전 새벽시간은 그에게는 도전의 시간이자 명상의 시간이다. 이른 아침, 사무실에서 홀로 갖가지 새로운 일을 시도하면서도 자신의 좌우명인 ‘역지사지(易地思之)’와 ‘거선지(居善地)’라는 말을 늘 되뇐다.

도덕경에 나오는 거선지는 ‘겸손하라’라는 의미. 많은 이들을 배려할 수 있도록 무게 중심을 잡아 준다. 또 역지사지는 상사와 부하직원, 공급자와 소비자 등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준다. 이러한 신념과 생각을 풀어 둘 수 있는 그만의 아침시간이 있기에 캄캄한 새벽, 사무실로 나서는 출근길이 즐겁기만 하다.

홍종희 ㈜웰버앤컴퍼니 대표 lizho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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