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조 교수 “日 식민지배 한국에 오히려 다행”

  • 입력 2005년 3월 4일 18시 10분


코멘트
보수단체인 자유시민연대 공동대표이자 고려대 명예교수인 한승조(韓昇助·사진) 씨가 일본의 우익 성향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당시 시대상황을 감안할 때 오히려 다행이며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한 교수는 일본 산케이신문의 자매 월간지인 ‘정론(正論)’ 4월호에 기고한 ‘공산주의·좌파사상에 기인한 친일파 단죄의 어리석음-한일병합을 재평가하자’는 제목의 글에서 “일본의 지배는 결과적으로 한국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자극제의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고려대 명예교수, 자유시민연대 공동대표’라는 직함으로 기고한 이 글에서 “당시의 국제정세를 보면 한국이 러시아에 병탄(倂呑)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권 상실로 인한 한일병합은 민족적인 불행이기는 했으나 일제 치하의 교육정책, 한국인의 경쟁의식 유발 등을 감안할 때 일제 식민지 지배는 다행스러운 일이며 오히려 일본에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통과된 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의 목적은 한국의 보수세력을 친일파로 추궁해 정치적으로 무능화하려는 것”이라며 “종전 후 친일파 숙청에 적극성을 보인 북한 공산주의자의 노선에 추종하는 것이 한국의 ‘386세대’ 및 노무현(盧武鉉) 정권”이라고 덧붙였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 교수는 “전쟁 중에 군인들이 여성을 성적인 위안물로 이용하는 것은 일본만의 일이 아니다”며 “그렇게 많은 사례도 아니었는데 굴욕을 당했다는 노파를 내세워 몇 번이나 보상금을 요구하는 것은 고상한 민족의 행동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69년부터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퇴직하고 1995년부터 이 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한 교수의 기고 내용이 4일 알려지자 그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자유시민연대 홈페이지(www.freectzn.or.kr)는 그의 글을 비난하는 누리꾼(네티즌)들의 접속이 쇄도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자유시민연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 교수의 주장에 분노를 느끼며 국민 여러분께 사죄한다”며 “진위를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는 이날 “일제 강점과 관련된 보도 내용은 고려대의 입장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총장 주재로 7일 임시 처장회의를 열어 보도의 진위를 파악하고 한 명예교수에 대한 대응방안을 곧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교수는 이날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 소신에 의해서 쓴 것이므로 후회하지 않는다”며 “‘식민지배가 감사하다’는 뜻은 아니고 러시아 대신 일본이 통치하게 돼 다행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