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아톤’ 실제 주인공 배형진씨,양재동 마라톤클럽 복귀

  • 입력 2005년 2월 20일 18시 47분


코멘트
1년 3개월 만에 마라톤클럽 활동을 재개한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 씨(왼쪽)가 1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영동1교 밑에서 정윤철 감독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동정민 기자
1년 3개월 만에 마라톤클럽 활동을 재개한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 씨(왼쪽)가 1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영동1교 밑에서 정윤철 감독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동정민 기자
“같이 뛰니까 참 좋아요.”

19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영동1교 밑.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인 배형진 씨(22)는 추운 날씨 속에서 뛰면서도 연방 싱글벙글했다.

1년 3개월 만에 ‘양재동 마라톤 클럽’으로 돌아와 사람들과 함께 마음껏 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003년 11월 악기부품회사에 취직한 배 씨는 처음 겪는 사회생활에 지쳐 정든 클럽 회원들과의 마라톤 연습을 포기해야 했다. 그는 직장생활에 적응하면서 달리기를 원했고 마침 영화 ‘말아톤’ 촬영을 마친 정윤철 감독(34)과 함께 클럽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클럽 회원 30명은 ‘우리 클럽의 스타’라며 배 씨를 반갑게 맞았다. 조현세 회장(58)은 “형진이가 함께 뛰는 기쁨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줘 기쁘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처음에는 저와 눈도 못 마주치던 형진이가 많이 밝아져서 이제 전화하면 이야기도 잘해요”라며 배 씨 자랑을 늘어놓았다.

자폐아 겸 정신지체장애 2급인 배 씨는 자폐 중에서도 상태가 나쁜 중급 이하 자폐다. 지능지수도 5세 수준이라 말도 서툴지만 표정만큼은 밝다.

배 씨의 어머니 박미경 씨(46)는 “형진이가 달리기를 하면서 몸이 튼튼해졌을 뿐 아니라 여러 대회에서 상을 받고 칭찬을 들으면서 자신감에 차 있다”며 “이제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집에서 버스와 전철을 타고 이곳 양재동까지 혼자서 온다”고 말했다.

‘달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배 씨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다음 달 6일 서울마라톤클럽이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주최하는 대회의 하프코스에 출전해 좋은 기록을 내는 것. 이를 위해 그는 매일 줄넘기 1000번을 하고, 일주일에 세 번씩 달리기를 하는 등 맹연습 중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