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붉은 중국의 공포 파룬궁’…왜 두려워하나

  • 입력 2005년 1월 21일 16시 55분


파룬궁 수련생들이 1998년 4월25일 중국 베이징 심장부의 중국공산당 종합청사 앞에서 기공수련을 펼치며 중국정부의 파룬궁 탄압에 침묵시위하는 모습. 중국정부는 이날 1만여명의 시위군중이 모여들자 ‘톄안먼사건 이후 최악의 사건’으로 규정하고 무력진압했다. 사진제공 황소자리
파룬궁 수련생들이 1998년 4월25일 중국 베이징 심장부의 중국공산당 종합청사 앞에서 기공수련을 펼치며 중국정부의 파룬궁 탄압에 침묵시위하는 모습. 중국정부는 이날 1만여명의 시위군중이 모여들자 ‘톄안먼사건 이후 최악의 사건’으로 규정하고 무력진압했다. 사진제공 황소자리
◇붉은 중국의 공포 파룬궁/마리아 시아 창 지음·황정연 옮김/247쪽·1만5000원·황소자리

중국정부에서 사교로 규정돼 대대적 탄압을 받고 있는 파룬궁(法輪功)의 실체는 무엇이고 그 탄압사태의 배후에는 도대체 어떤 역학이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계 미국인으로 미국 네바다주립대에서 정치학 교수로 있는 저자는 파룬궁 사태의 전말과 그 실체를 차분히 분석하면서 이를 중국의 역사적 문화적 전통 속에서 설명하고 있다.

파룬궁은 1992년 중국 지방정부의 공무원 출신인 리훙즈(李洪志·53)가 창설한 기공단체다. 중국의 기공단체는 국민의 건강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로부터 환영받았다.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는 각종 기공수련단체의 활동으로 매년 1인당 1000위안씩 1억 명일 경우 1조 위안의 의료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도 1992년 관절염과 근육통 치료를 위해 중궁(中功)이라는 기공단체의 수련을 받았다.

중국의 기공단체는 이런 정부의 암묵적 지원 아래 1998년 공식단체만 24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파룬궁 수련자가 정부의 공식집계만으로도 3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커지자 중국 정부의 태도는 돌변했다. 1996년 리훙즈의 저서가 100만 부 이상 팔리면서 긴장한 중국 정부는 파룬궁의 저서 4권에 대해 판매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위기를 느낀 리훙즈는 1998년 미국으로 도피했고, 1999년 4월 25일 파룬궁 추종자 1만여 명이 중국 권력의 심장부인 베이징(北京) 중난하이(中南海·중국 공산당 종합청사)에서 시위를 벌인다.

중국 정부는 이를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최악의 사건으로 규정하고 6·10사무실이라는 파룬궁 전담조직과 반사교(反邪敎)법이라는 법령을 제정하면서 대대적 탄압에 나선다. 당(黨) 정(政) 군(軍) 내의 파룬궁 추종자에게 탈퇴를 강요하고, 무차별적 폭력과 고문, 불법감금을 자행했다. 파룬궁 측은 자신들은 종교단체가 아니라며 분신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탄압에 맞섰고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저자는 중국 정부의 신경질적 반응을 과거에는 유교, 현재는 공산주의를 중심으로 한 정교일치를 추구하면서 이에서 이탈하는 이단을 박해해 온 중국적 전통의 반영으로 해석한다. 특히 중국의 공식 이데올로기였던 유교에 대항한 비밀결사체로서 원(元)대의 백련교, 청(淸)대의 천리교 태평천국 등이 농민반란과 체제전복 운동으로 연결됐던 중국의 역사적 경험과 파룬궁의 행태를 비교한다.

파룬궁은 자신들에게는 신적인 존재가 없고, 성직자도 없다는 점에서 종교단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파룬궁이 백련교나 천리교와 매우 유사하다고 말한다. 도교와 불교, 그리고 민간신앙 및 주술 등이 절충적으로 융합돼 있고, 과학과 미확인비행물체(UFO) 등 현대적 요소도 적당히 가미돼 있으며, 무엇보다도 종말론적 냄새를 풍기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의 파룬궁 탄압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저자는 중국이 겁내는 것은 파룬궁 자체가 아니라 파룬궁이 투영하는 사회적 불안정성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자신감 상실에다 급격한 경제성장 속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결집될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파룬궁 탄압은 자신의 그림자와 벌이는 싸움이 될지도 모른다. 두려움이 클수록 더욱 커지는 그런 그림자와의 싸움.

원제는 ‘Falun Gong: The End of Days’(2004년).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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